|
김씨는 “스마트폰 앱에는 이곳이 대피소라고 표기돼 있지만, 길을 지나다 만일의 사태에 급히 대피해야 하는 상황에선 이곳이 대피소인지조차 모르고 지나칠 것”이라며 혀를 찼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한반도 역시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서울 시내 옥외 지진대피소는 안내 표지판조차 설치돼 있지 않는 등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진 옥외대피소’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주변 구조물의 파손 혹은 낙하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는 운동장과 공터 등 안전한 외부 장소를 말한다. 서울시가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춘수 시의원에게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는 총 1721곳의 옥외 대피소가 마련돼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진 옥외대피소로 지정된 학교 운동장 등의 출입구에는 ‘지진 옥외대피소’와 ‘이곳은 지진 발생에 대비해 지정된 긴급 대피장소입니다’라는 문구를 새긴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 1500×750(㎜)크기에 노란색 바탕의 부식 방지 재질과 반사지를 사용하고 검정색 글씨로 표기해 눈에 쉽게 띄도록 해야 한다. 야간조명도 필요할 경우 설치한다.
실제 올해 9월 기준 서울 중구(45곳)와 서대문구(48곳) 등 일부 자치구의 지진 옥외대피소를 무작위로 찾아가보니, 절반 가까이는 ‘지진 옥외대피소’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주민 홍모(64)씨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같은 곳이 비상시 대피소라는 건 알지만 외출 중일 때 어디로 피신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혼자 사는 노인들은 만에 하나 지진이 발생하면 안내판이 없는 지진대피소 주변을 우왕좌왕하다 다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을 상대로 한 홍보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심지어 옥외대피소로 지정된 시설 관리자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지진 옥외대피소인 동대문구 소재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지진 옥외대피소인 건 맞는데 학교 학생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곳 아닌가”라고 되물은 뒤, “학생을 제외한 지역 주민들도 사용할 수 있는지는 몰랐다”고 털어놨다.
안내 표지판은 지지대형(80만원 상당)과 부착형(40만원 상당) 두 가지로, 설치 환경에 따라 선택한다. 예산은 대부분 서울시 재해구호기금으로 충당하며 11월 기준 현재까지 안내 표지판 설치율은 50% 정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내판을 제작하는 업체가 두 군데 정도밖에 없고 안전처에서 내려온 지침을 맞춰야 했다”며 “다음달 초까지는 서울 시내 전체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9 ·12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진 대비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라며 “대피시설 확충과 더불어 국민안전디딤돌 앱과 연계해 실내 구호소 활용 등 지진에 대비한 안전방침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