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이 이날 밝힌 상속세 납부액은 12조원 이상이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속인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이달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에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의 지분 상속 관련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 중인 데다 최근 입원과 재판이 이어지면서 발표가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분 승계에 대한 유족 간 이견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지분을 몰아줌으로써 지배력을 단단하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형제 간 다툼 없이 상속을 마무리하면서 재벌 상속의 롤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이날 발표에서 방점이 찍힌 것은 사회 환원이다. 유족들은 1조원 규모의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지원 계획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고인이 생전 강조하던 ‘인간 존중’의 철학과 저소득층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 의지가 그대로 반영됐다. 유족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감염병 극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7000억원을,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 사업에 3000억원을 각각 내놓기로 했다.
앞서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8년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이재용 부회장과 유족들은 이날 대규모 사회 환원을 발표하면서 고인의 약속을 지켰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