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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의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일반인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언론관련단체와 언론학회, 법조계 등은 이러한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권력자들이 악용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법 조항들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문제 삼는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 산정 기준과 대상을 규정한 조항이다.
민주당은 손해액을 산정하는 기준에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의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최대 5배)’을 명시했다. 만약 매출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형 언론사의 경우 최소 수천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대해 매출과 손해액의 연관성과 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이 조항을 수정했지만, ‘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한 금액’으로 바꿔 매출액이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언론사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요건도 문제가 됐다. 이 역시 논의 과정에서 여당이 ‘법률을 악의적으로 위반해 보도한 경우’ 등 추상적인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혔지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조항은 여전히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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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위공직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지만, 이 역시 빈틈이 많다는 게 외부의 시선이다. ‘공직자윤리법에서 규정한 고위공직자와 대기업 및 주요 주주, 임원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심 교수는 “우리 모두가 공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법의 허점”이라고 말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법대로라면 최순실(본명 최서원)도 (언론을) 피해갈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처럼 허점이 많고 위헌적인 요소가 있는 법안을 의결하려고 하니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지층 결집에 전략적 포석둔 것”
이처럼 독소조항이 산재해 있는 법안인데다 각계각층의 반발이 심한데도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결정한 것에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 지지자들을 결집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경우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인물들이 언론의 가짜뉴스에 피해를 입었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들을 의식한 입법이라는 분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가) 중도층에게 부정적 영향을 추겠지만 현안의 성격과 (법안에 대한) 이해도 때문에 영향의 범위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여당은 이탈표보다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하는 데에 전략적 포석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짜뉴스가 많이 생산되는 뉴미디어는 두고 기존 미디어만 제재의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역풍이 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가짜뉴스가 주로 나오는건 1인 미디어나 SNS, 유튜브 등인데 이들은 빠지고 기존 언론만 처벌을 받게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가짜뉴스 근절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일반 국민들이 세부적인 내용을 본다면 크게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