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4대 의료정책을 두고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가 26일부터 사흘 간 2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공의와 전임의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환자들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환자들은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게 딱 이 상황이 아니냐”고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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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협 싸우는데, 피해는 왜 환자가?”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체 전공의 중 50% 이상이 집단 휴진에 참여하고 있다. 전국 3만2787개 의원급 의료기관 중 휴진하는 기관은 26일 2097곳(휴진율 6.4%)으로 집계됐고, 오는 27일은 1905곳(5.8%), 28일은 1508곳(4.6%)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총파업 첫날부터 현장에서 환자들이 직접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 일정이 미뤄지거나 응급실에서 적절한 치료를 신속하게 받지 못했다는 사례가 빗발치고 있다.
입원 환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전북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A씨는 환자들이 주사 처방도 못 받고 있다고 한탄했다. A씨는 “의사 수가 부족해 의료 서비스 질도 떨어지고 인턴들은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린다고 하면서 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공대 정원이 넘쳐나서 50세도 못 채우고 명예퇴직하는 엔지니어들이 많은데 그렇다면 그들도 이미 다 파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진료과에서 환자들에게 (파업과 관련된 내용을) 사전에 고지하고 조율해서 특별한 민원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의사들 현장 복귀 서둘러야…정부도 책임 져야”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환자들은 의사 총파업에 대한 불만을 병원에 대놓고 낼 수도 없어 속만 썩고 있다”며 “수술환자가 가장 큰 피해자이며 그 다음 전공의가 주축으로 일하던 응급실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한국GIST(위장관기질종양)환우회·한국신장암환우회·암시민연대·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한국건선협회·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등 환자 단체들은 정부에 1차적인 책임을 돌렸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소통 부족으로 이번 사태를 초래했으며 앞으로 의료인의 비합리적 집단행동으로 환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제도와 법을 정비해야 한다”면서 “의협엔 총파업 철회와 현장 복귀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도입 등 정책안을 두고 날을 세우고 있다. 앞서 의협은 지난 24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회동을 통해 정부와의 실무협의체 구성에 동의했지만 26일까지 정부와 협의하지 못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우선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을 즉시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개별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행정처분(1년 이하 면허정지, 금고이상 면허취소) 등 조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