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더 오른다"…'트럼프 탠트럼' 채권시장 패닉(종합)

"트럼프 공약 이행시, 美 채권금리 추가 상승"
금리 '대세 상승' 관측…실물경제 악영향 부담
한국은행 비상…"금리급등 과도해…예의주시"
외환시장 변동성 주목…위안화 7년來 최저치
  • 등록 2016-11-14 오후 6:51:25

    수정 2016-11-15 오전 12:17: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처음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하고 정권 인수를 협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금융시장 흐름은 당초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투자심리는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반면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채권시장은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채권금리가 단기 급등하는 건 그만큼 채권가격은 급락하는, 쉽게 말해 죽을 쑤고 있다는 의미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최근 몇 년간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의 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두 자산의 대체관계가 무너졌다”면서 “(최근 이런 흐름이 어긋나는) 시장의 혼란이 있는 건 트럼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인류사 이래 최저 금리를 등에 업고 수년간 호황을 누렸던 ‘채권의 시대’가 이제 저물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금리 ‘대세 상승’ 관측…실물경제 악영향 부담

최근 전세계 금리 급등은 이른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관측 때문이다. 무디스의 트럼프 공약 이행별 소비자물가 추정 자료를 보면, 재정정책을 앞세운 트럼프의 공약이 ‘적극 이행’될 경우 내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내후년인 오는 2018년은 5.4%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축소 이행’ 때도 각각 3.7%, 5.1%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1% 초반대인 현재 시점에서는 ‘딴세상 얘기’로 보일 정도다.

물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정할 때 가장 눈여겨보는 지표다. 물가가 꿈틀대면 금리는 당연히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미국은 그동안 정부 투자를 줄곧 축소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투자는 3.4%다. 1960년대 이후 꾸준한 하락세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은 최근 민간부문 투자가 부진하다”면서 “정부 주도의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발 재정 확대로 국채 발행이 증가한다면, 금리는 상승할 게 뻔하다. 채권이 ‘없어서 사지 못할’ 정도로 희귀하면 가격은 올라가겠지만(금리는 하락하겠지만), 반대로 시장에 넘치면 금리는 오르는 게 상식적이다.

문제는 그 상승 폭이다. 현재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1518%.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직후인 올해 1월11일(2.1772%) 이후 가장 높다. 그런데 무디스의 10년물 금리 예측은 놀랄만 하다. 트럼프의 공약을 적극 이행시 각각 내년 4.0%, 내후년 6.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현재 금리 급등은 ‘탠트럼(긴축 발작)’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추후 그 강도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준 의장도 최근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던 국채 10년물 금리 등 장기금리가 대대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면서 “3∼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비상…“금리급등 과도해…예의주시”

우리나라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14일 10년물 국채금리는 12.3bp 급등한 2.061%에 마감했다. 이날 시장에는 투매(손해 무릅쓰고 싸게 매도) 기류도 강했다. 이 정도 금리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인데, 더 큰 걱정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급등에도 채권금리는 경제 펀더멘털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고 고평가돼 있다”면서 “금리의 추가 상승 리스크가 높다”고 말했다. 안동현 원장은 “채권시장은 이미 몇 달전부터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다”고 했다.

금리 상승은 실물경제에도 직격탄이다. 금리가 오르면 각 경제주체의 자금 조달비용은 더 올라간다.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몸이 움츠러들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높은 특수성까지 잠재해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한은이 유동성을 더 공급할 수 있다는 완화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은 비상이 걸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시장국 등 관련 부서로부터 채권금리 급등에 따른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내부는 최근 채권금리 급등세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 한 관계자는 “최근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시장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던 적이 있다.

다만 한은 내부는 이날 미국 채권시장 흐름은 지켜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기류도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의 직매입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상태다.

외환시장 변동성 주목…위안화 7년來 최저치

채권시장 뿐만 아니다. 외환시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가장 주목되는 게 중국 위안화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거래일 대비 0.0176위안 올린(위안화 약세) 6.8291위안에 고시했다. 2009년 9월9일 이후 위안화 가치는 7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전방위적인 미국 달러화 강세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당선 이후 중국의 주식시장은 안정적이지만 외환시장 변동성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연초 불안과 같은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1171.9원)도 단기 고점인 1170원대에 진입했다. 트럼프 당선날인 지난 9일 이후 4거래일간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은 9.225원이다. 그것도 환율이 상승하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여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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