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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금융감독원 기관 평가에 금융회사의 만족도 조사를 반영하기로 한 것도 적절성이 의문시된다. 금감원이 감독 대상인 금융사의 평가를 의식하면 본업인 검사·제재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혁신기업 대출 부실나도 은행 직원 책임 면제
금융당국은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 감독 혁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금융감독원이 앞으로 금융회사가 혁신 기업에 대출이나 투자 등을 했다가 손실을 보아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제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올해 안으로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지금도 금융회사의 대출 업무를 취급하면서 △금융 관련 법을 위반하거나 △고의·중과실로 신용 조사·사업성 검토·사후 관리를 부실하게 한 경우 △부정한 청탁에 의한 대출 등이 아니라면 대출 부실이 발생해도 금융회사와 담당 임직원이 영업 정지, 면직·정직 등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혁신 기업을 위한 동산 담보 대출이나 기술력·영업력 기반 대출 등을 면책 대상이라고 규정에 명확히 명시해 은행원이 금융당국의 제재를 걱정해 대출에 소극적이지 않도록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회사 실무자들은 이 같은 면책 제도의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실효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A은행 관계자는 “핀테크(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 등 혁신 기업이라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이름뿐인 회사가 많다”며 “지금은 대출하고 싶어도 할 데가 없는 것이 문제이지 제도가 원인인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B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취급한 은행 직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부실이 나면 결국 은행의 손실로 이어져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해줬으니 혁신 기업 대출을 늘리라며 무리하게 은행들을 줄 세우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염려했다. C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은행 규정에만 맞게 대출을 취급하면 부실이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서 “징계하지 않을 테니 대출을 많이 하라는 것은 공무원 마인드로 정책에 접근했기 때문인 거 같다”고 꼬집었다.
이번 혁신안에는 금감원의 힘을 빼는 방안도 많이 포함됐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감독 당국이 종전의 엄격한 잣대와 관행을 계속 적용한다면 금융권의 혁신 노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혁신 금융이 안착하려면 감독 당국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본격 부활한 종합 검사를 받는 금융사에 검사 착수 한 달 전에 해당 사실을 미리 알리기로 했다. 검사를 받는 금융회사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핀테크 등 혁신 기업이 감독 당국에 인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금감원이 직접 컨설팅을 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회사와 소비자가 금감원의 감독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해 그 결과를 금감원의 기관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올해 말부터 최초로 시행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외부의 만족도 평가를 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금융회사를 관리·감독하는 입장에서 거꾸로 금융사로부터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보니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