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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내다판 매물 먹다 체한 ‘개미’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3조6148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가운데 개인은 2조4407억원 순매수했다.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005930)를 5117억원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으며, 삼성전기(009150)가 4962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2204억원) 셀트리온(068270)(2009억원)이 뒤를 이었고, 이달 신규 상장한 하나제약(293480)(880억원)도 7위에 오르며 제약·바이오주가 10위권에 3개나 포함됐다. 호텔신라(008770)(1697억원) 아모레퍼시픽(090430)(1312억원)도 각각 5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순매수 상위권 종목들이 이달 일제히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렸다. 상위 5개 종목의 이달 평균 주가하락률은 20.8%에 달한다. 특히 제약·바이오주의 낙폭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26.8% 급락했다. 셀트리온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여파로 지난 23~24일 2거래일 연속 8%대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이달 주가가 20%나 빠졌다. 하나제약도 27%가 넘는 낙폭을 보였다.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무너지면서 코스닥시장 종목들도 흔들렸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신라젠(215600) 메디톡스(086900) 등의 주가도 이달 23% 넘게 급락했다. 이들 종목들은 이달 개인 코스닥 순매수 상위 5위권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실적개선株에 대한 믿음도 흔들
다만 시장이 안정되고 투자심리가 회복되면 제약·바이오주가 가장 높은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승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한미약품 사태의 경우 시장을 끌어내릴 만한 신호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분명한 신호 없이 투자심리가 무너졌다”며 “모멘텀 위주의 종목보다 임상 3상 단계에 돌입했거나 글로벌 수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종목들로 선별해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귀환 소식에 호텔신라·아모레퍼시픽 등 쇼핑에 나섰으나, 중국의 경기 둔화와 따이공(보따리상) 규제가 실적 둔화 우려로 이어지며 이달 주가가 26~28% 떨어졌다. 실적 개선주에 대한 믿음도 통하지 않았다.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와 호실적을 기록한 포스코(005490)도 이달 10%가 넘는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조정장, 약세장이라해도 기업들이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 주가 상승이 나타나지만, 투자심리가 붕괴된 상황에선 이러한 일반적 룰도 통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