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中心이다)⑩정태원 대표 "다작보다는 완성도가 관건"

[SPN 창간3주년 특별기획]아시아류 제작자 인터뷰
- 이야기 중심 콘텐츠 생산이 살길
-'아시아 합작'보다는 콘텐츠 수출에 역점
  • 등록 2010-05-29 오전 9:04:14

    수정 2010-05-30 오전 8:17:29

▲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 지난 10년간 28편. 영화 '할렐루야'를 시작으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가문의 영광'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 이어 한미합작 영화 '무영검'과 중국·홍콩과 손잡은 '삼국지:용의 부활', 그리고 최근작인 드라마 '아이리스'와 개봉을 앞둔 '포화 속으로'까지.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프로듀서로서 기획과 제작에 직접 관여한 작품의 면면이다. 개중에는 흥행에 성공했거나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도 있지만 대규모 제작비와 '합작'이라는 거대 타이틀에 맞지 않게 참패의 고배를 마신 영화도 있다.
 
그러나 어찌 됐든 그는 새로운 콘텐츠 발굴을 통해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가고자 하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아이리스'의 성공에 이어 스핀오프 작품인 '아테나' 영화 '포화 속으로' 등을 연이어 준비 중인 그가 꿈꾸는 '아시아류'(亞細亞流)에 대해 들어보았다.

◇ '아시아류' 이끌 콘텐츠, 보편적 공감대·기술력 중요

지난 5월 중순 서울 강남구 신사동 태원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영화 '포화 속으로' '아테나' '아이리스2' 등 3개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준비 중"이라며 무척 분주한 모습이었다.

'아이리스'의 스핀오프 격인 '아테나'는 6월부터 이탈리아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촬영을 시작하는 데 이어 '포화 속으로'는 6·25 관련 영화라 6월 중순 개봉을 앞두고 있고 '아이리스2'는 내년 가을께 방송을 목표로 시나리오를 개발 중이다.

이처럼 콘텐츠 개발에 속도가 붙은 것은 지난해 드라마 '아이리스'가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정 대표는 "'아이리스'는 현재까지 약 10여개국에 수출이 성사된 데 이어 미국 수출도 현재 구체적인 논의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아이리스'는 수출시 각 나라별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약간씩 편집본을 수정하기도 했다. '아이리스' 중국판에 북한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다.
 
"중국 스타TV 방송 당시 심의 통과를 위해 극중 북한을 가상의 나라로 설정했어요. 중국이 우호적 관계에 있는 북한과 외교상 민감해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기 때문이죠. 또 일본은 굉장히 신중해서 북한을 자극하는 부분을 두려워해요. 때문에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많이 염두에 두죠"


▲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그러나 이같은 콘텐츠 수정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정 대표는 "각 국가의 작은 문화적 차이까지 고려하자면 이야기 자체가 이상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단은 이야기 자체에 집중한다"며 "전체 드라마를 그 나라에 맞게 약간 손봐주는 정도가 적절한 것 같다"고 전했다.

콘텐츠 수출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기술력'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는 만큼 촬영 방식, 세트, CG 등을 구현하는 데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기술력 부분에서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한다"며 "실제로 '아이리스' 한국 방송시 시청자들에게 지적 받았던 오류를 재방송이나 수출분에서는 모두 수정하고 컴퓨터 그래픽 등에 있어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등 미국에 뒤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향후 아시아류를 이끌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있어 기준으로 삼는 점은 무엇일까?

정 대표는 "다작보다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라고 강조한다. 캐스팅부터 기획까지 완벽하게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준비되기 전에는 쉽게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캐스팅 또는 제작비 투자가 애초에 기획했던 대로 잘 안될 경우, 계획을 수정하기보다는 될 때까지 일단 보류하는 방식을 택한다고 귀띔했다.

다른 하나는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할리우드에서는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등의 작품을 기점으로 '스타급 배우'보다는 '이야기의 경쟁력'이 영화 투자·배급의 관건이 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한중일 공동제작, 아시아판 '오션스 일레븐' 꿈꿔

그는 '아시아류'가 아시아라는 특정 지역에서 소구되는 문화 콘텐츠의 성격이 아닌, 세계와 통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을 때 더 넓은 시장과 교감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 대표는 "향후 인구나 경제력, 문화적 다양성의 토대로 봤을 때 아시아적 가치가 세계 시장에서 중심축이 되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제작자로서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은 그 동안 주류는 아니었던 아시아 문화의 강점을 콘텐츠 속에 잘 녹여내되 전세계적 보편성과도 잘 손잡는 지점"이라고 전했다.

물론 한국적 상황과는 아직 차이가 있다. "이야기가 중시되는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에서는 좋은 기획안, 배우, 충분한 볼거리까지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며 "시나리오 개발이 가장 중요하지만 배우들과 조율하는 지점도 큰 과제다"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 작품에 여러 배우가 출연할 때 비중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부분이나 각 배우들의 조건을 협의하는 점도 한국에서는 작품 기획의 큰 요건으로 자리한다는 것.

그러나 반대로 한국적 상황이 주는 강점도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를 촬영하면서 시청자들과 호흡하며 제작하는 방식이 여러모로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리스'는 11부까지 찍고 방송 후 나머지 촬영을 했는데 이 방법은 시청자들이 지적한 오류나 그들이 원하는 드라마 방향을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 이처럼 반 이상 제작 후 방송하는 반 사전제작제가 빠른 피드백을 원하는 최근 시청자들의 성향에 잘 맞는 것 같다"는 것이 정 대표가 생각하는 콘텐츠 제작 방식이다.


▲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지원책도 있다. '아이리스' 제작 중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원소스멀티유즈(OSMU)지원 펀드에 응모했다 탈락한 경험이 있는 정 대표는 "콘텐츠 심사 기준이 좀 더 타당성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며 말문을 열었다.

당시 지원을 받기 위해 직원들이 며칠 간 밤을 새며 수출 실적을 좀더 높여보려고 안간힘을 썼었는데 탈락 후 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자체적인 수출 실적이 높아 굳이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응모에서 떨어진 사유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정 대표는 "당시 '수출을 오히려 덜 했어야 했나' 싶어 무척 허탈했었다"라며 "지원 기준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2년 전 영화 '삼국지: 용의 부활'같은 아시아 합작 프로젝트도 진행했던 정 대표는 이후 또다른 합작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들려주었다.

그는 "'삼국지'와 '무영검' 등 합작 시도를 통해 배운 점이 많은데 예를 들어 중국과 합작을 진행하는 것은 제반 여건상 시기상조라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라며 "지금까지 결과를 놓고 볼 때는 합작보다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서 수출하는 방식이 더 생산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중·일 문화 콘텐츠를 공동으로 생산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버린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기회가 되면 일본의 기무라 타쿠야, 홍콩의 유덕화와 한국의 대표 배우들을 모아 아시아판 '오션스 일레븐'(Ocean's Eleven) 같은 작품을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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