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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국은 지난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과 원정경기에 0-2로 뒤진 6회말 등판, 2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7회말 2사 후 김하성 타석 때 나온 3루수 실책이 유일한 출루 허용이었다. 볼넷도 없었고 삼진은 3개를 빼앗았다.
김건국이 마운드를 든든히 지켜준 사이 롯데 타선은 7회초 타자 12명이 7안타 3볼넷을 묶어 7득점해 경기를 뒤집었다. 결국 롯데는 8-2로 승리했고 김건국은 구원승을 따냈다.
김건국은 롯데가 8-5로 이긴 전날 15일 키움전에서도 구원승을 따냈다. 3⅓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간 선발 노경은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와 1⅔이닝을 1피안타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이틀 연속 구원승을 거둔 김건국이 수훈선수 인터뷰를 위해 인터뷰실에 들어왔을때 다리가 풀려 넘어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 장면 자체는 우스꽝스러웠지만 그만큼 온몸에 힘이 빠질 정도로 전력투구를 했다는 의미다. 우당탕하면서 크게 넘어졌다가 쑥스럽게 다시 일어난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하체가 풀려 있다”며 “3연투를 하면 못 걸어 다닐 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했다.
김건국은 1988년생, 우리나이로 33살이다. 야구인생도 파란만장했다. 그는 덕수정보고를 졸업하고 2006년 두산에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입단했다. 지금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인 김현수, 양의지와 입단 동기다. 지명순위 만큼이나 기대치도 높았다.
하지만 동기들과 달리 김건국은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프로 입단 후 거의 2군에 머물렀다. 두산에서 1군 무대를 경험한 것은 2007년 단 한 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이듬해 팔꿈치 부상으로 방출된 뒤 선수생활이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김건국은 막노동,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하면서도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의경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2013년 독립구단인 고양원더스에 입단하면서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고양원더스 입단 테스트 당시 최고 149km 강속구를 던져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2013년 5월 NC다이노스에 입단한 뒤 그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 wiz로 이적했다. kt에선 1군에서 1경기도 뛰지 못했다. 김건국이라는 이름은 이때 바꾼 것이었다. 원래 이름은 김용성이었는데 야구를 잘해보고자 개명 신청을 했다.
시즌 초반에는 주로 뒤진 상황에서 등판하는 추격조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1~2점 차 박빙의 승부처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롯데 마운드의 확실한 필승조 투수로 손꼽힌다.
김건국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까지 15년을 버텼다. 그래서 지금의 기회가 더 소중하다. 그는 “전반기에는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해 죄송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팔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최대한 많이 던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비록 나이는 30대를 훌쩍 넘겼지만 마음은 여전히 신인급이다. 그는 “2018년 롯데에 와서 제대로 1군 경기에 나섰다”며 “스스로는 아직 프로 3년 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33살이 아닌 23살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