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아이들에게 주고픈 희망 한 조각 담았어요"

아이들 '어법'에 충실 14곡 사흘 만에 작곡
  • 등록 2008-06-12 오전 9:37:10

    수정 2008-06-12 오전 9:37:10

[조선일보 제공] "대단한 것처럼 포장할 마음 없어요. 열한 살 소년이 화가(반 고흐)를 만나 그림을 알게 되고, 화가는 떠났지만 그가 그린 해바라기는 시들지 않고 남아 있다는 얘기예요."

가수 김창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어린이 뮤지컬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에 들어갈 노래 14곡을 사흘 만에 뚝딱 만들었다. 그 절반은 드라마 촬영장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흥얼거리면서 지었다고 한다. "고흐를 좋아해 주제 잡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또 머리 쥐어짜서 좋은 곡 나오는 경우는 드물어요."

삽입곡 중 가장 마음에 든다는 〈비가 오네〉는 "비가 오네 검은 비가 가슴 속에 오네/ 눈물 나네 초록 눈물 마음 속에 나네―"로 흘러간다. 김창완 삼형제가 만든 그룹 산울림의 〈아니 벌써〉 〈산할아버지〉 〈어머니와 고등어〉처럼 꾸밈없고 유쾌하면서도 슬프다. 그는 "덜 유치해서 좋다"고 했다. "더 상징적으로, 아름답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어려워질까봐, 전달력이 떨어질까봐 안 했어요."

김창완이 노래로 반 고흐와 인연을 맺은 건 30년 전,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그래서 이 뮤지컬에 곡을 붙이기로 했어요. 영국 동화가 원작인데 '그리운 님 떠났어도 피어 있다'는 게 똑같잖아요."

노랫말이 있으면 멜로디는 절로 따라온다는 게 그의 작곡 이론이다. "음악적이라기보다 내내 문학에서 시작한 노래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즉흥적으로 노래를 만들고 또 따라부르는 그들만의 '어법'이 있다. 김창완은 "어른들이 이 뮤지컬을 보고 아이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저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세상의 한 조각 같은 공연이에요. 오락에 노출돼 있고 학원 왔다갔다 하고, 아이들 환경이 얼마나 척박해요. 요즘 애들은 동요도 안 부릅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행복하다고 믿는 건 어른들의 못된 심보지요."

11일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사이클링복 차림으로 나타난 김창완은 "자전거 타고, 연기하고, 라디오 진행하고, 노래하는 게 내겐 다 일상이고 그 '변화 없음'이 좋다"고 했다. 이 뮤지컬 작업이 그에겐 '변화'였다. 그는 '노래든 그림이든 좋은 작품은 어색하지 않다'고 했다.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를 처음 봤을 때 감상은 어땠을까.

"'살아 있구나!'였어요. 이 뮤지컬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도 시들지 않는 해바라기에 대한 희망 같은 겁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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