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캐넌히터' 김재현 "조연으로 옷 벗긴 죽어도 싫었죠"

  • 등록 2007-11-06 오후 1:52:52

    수정 2007-11-06 오후 2:00:46



[노컷뉴스 제공] 2007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김재현(32. SK)은 몸살에 걸려 있었다. 한국시리즈가 SK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지 4일. 일생일대의 큰 경기에 온 힘과 정신을 쏟아부은 끝, 그 틈으로 엄습했는가. 지난 2일 SK 홈구장인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김재현은 인터뷰 중간중간 다소 떨었다. 선수생활 마지막을 각오한 집념의 결과에 대한 희열이 아직 남았는지도 몰랐다.

▲ 야구엘리트에게 다가온 2번째 시련

학창시절부터 김재현은 주연(主演)이었다. 성동초교 시절부터 빼어났다. 당시 야구부 감독이 신입부원 선발 과정에서 김재현의 의견을 물어볼 정도였다. 신일고 시절 초고교급 타자로 배명고 김동주(두산)와 쌍벽을 이뤘고 1994년 LG 입단 첫 해 신인 최초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팀 우승을 일궜다. SK로 이적한 2005년 이후까지 10여년 동안 항상 팀의 간판이었다.

그런 김재현에게 올시즌은 최악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3할(.298)에 가까웠던 타율이 올시즌 1할대(.196)로 급락했다. 2군에도 2번이나 떨어졌다. 김성근 SK 감독의 플래툰시스템에 들쭉날쭉한 출장으로 컨디션 조절이 힘든 탓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김재현의 부진은 충격이었다.

선수 생명의 위기는 전에도 있었다. 지난 2002년의 심각한 고관절 부상이었다. 그러나 김재현은 수술 이후 2시즌 연속 3할을 때리며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특별한 부상도 없었고 어느 때보다 시즌 전 겨울 훈련이 혹독했던 터였다. 엘리트로 살아온 야구인생의 최대 시련이었다.

▲ 부러진 자존심을 세워준 아내, 그리고 눈에 밟힌 아이

무엇보다 자존심에 입은 상처가 컸다. 올시즌 초에는 급기야 은퇴를 결심하기도 했다. "사실 자존심이 강합니다. 그런 만큼 부러지기도 쉽죠. 그래서 옷을 벗으려고 했습니다."
 
이때 상처입은 가슴을 어루만져준 사람이 바로 아내 김진희씨(29)와 지난 3월 얻은 첫 딸 예빈이다. "아내가 '야구 관두는 것은 관계없다. 하지만 미련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내가 알고 있는 김재현은 이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또 항상 눈에 밟히는 딸에게 책임감있는 아빠가 되고 싶었죠."

아내의 지적은 죽어가던 남편의 자존심을 찔렀고 김재현은 다시 방망이를 힘차게 부여잡았다. "'이렇게 물러날 순 없다, 한국시리즈에서 못 하면 그때 가서 옷을 벗자'고 다짐했습니다."

▲ 정규시즌 엑스트라, 마침내 우승의 주역으로 우뚝 서다

SK가 창단 첫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는 동안 김재현은 엑스트라였다.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도 그랬다. 1차전에서 1안타를 때렸지만 두산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에 팀 전체가 4피안타의 빈공으로 0-2 완봉패했고 3-6으로 진 2차전에는 아예 출전도 못했다.

선수생활의 마지막 기회가 이대로 사라져버릴 수 있었다. 눈에 불이 났다. 타오르는 울분에 2차전 막판 덕아웃 한 켠에서 새까만 후배들과 함께 방망이를 휘둘렀고 2차전 뒤 휴식일에는 구장을 찾아 훈련했다. "방망이라도 휘두르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죠. 14년 프로생활이 그대로 조연으로 끝나는가 싶었고, 또 지난 겨울 그 많은 땀을 흘린 동료들에게도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 김재현의 심상치 않은 눈빛을 본 김성근 감독은 3차전부터 김재현을 냈다. 3차전 5타수 2안타 1타점에 이어 1승 2패로 몰렸던 4차전 상대 에이스 리오스를 상대로 쐐기 솔로홈런을 날렸다. 5차전 결승 3루타, 우승을 결정지은 6차전 솔로 축포 등 한국시리즈 3할4푼8리(23타수 8안타) 2홈런 4타점 5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정규시즌 엑스트라가 한국시리즈 우승의 당당한 주역으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은퇴 기로에서 극적으로 자존심을 곧추세운 김재현, 역설적이게도 남은 목표는 은퇴 시점을 고르는 것이다. "몇 년을 더 뛸지 모르겠지만 최고의 자리에서 미련없이 물러나고 싶습니다. 그때는 아내와 아이에게도 떳떳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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