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대중문화예술발전법 시행 일주일, 어떻게 변했나

청소년 예술인 학습권 수면권 보장 필요vs현실 무시한 탁상공론
  • 등록 2014-08-05 오전 8:57:08

    수정 2014-08-05 오전 8:58:18

KBS2 ‘트로트의 연인’에서 주인공 최춘희의 동생 최별 역으로 출연 중인 10세의 아역 배우 유은미(사진=KBS)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지난 7월 중순 KBS2 월화 미니시리즈 ‘트로트의 연인’ 촬영장. 조연출은 전체 출연진 앞에서 “앞으로는 (유)은미의 촬영을 먼저 진행하겠습니다. 은미가 어려서 그런 거니까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를 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 시행되는 7월29일을 10여일 앞두고 제22조(15세 미만 청소년의 대중문화예술용역 제공)에 맞춰 촬영 스케줄 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유은미는 ‘트로트의 연인’에서 주인공 최춘희(정은지 분)의 동생 최별 역으로 출연 중인 아역 배우로 올해 10세다. 법안에 따르면 유은미는 드라마 출연시 용역 제공 시간이 1주일에 35시간을 초과하면 안되며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용역을 제공해서는 안된다. 다만 다음날이 학교의 휴일인 경우 자신과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자정까지 용역 제공이 가능하다.

제작진은 이에 맞춰 유은미의 촬영 분량을 다른 배우들에 앞서 해소하려 했다. 한 주연배우의 소속사 측은 “애초부터 유은미의 촬영이 먼저 진행되도록 배려를 했지만 법이 시행된다고 하니 제작진이 더욱 신경을 쓰는 듯했다. 다른 배우들도 유은미에 대한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시행 1주일이 지났다. 청소년 연예인들이 소속된 기획사, 드라마와 영화 등 콘텐츠 제작사들이 이 법안의 시행에 앞서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부분이 청소년 연예인들의 활동 시간을 제한하는 제22조와 제23조(15세 이상 청소년의 대중문화예술용역 제공 시간은 1주일에 40시간까지. 당사자 합의에 따라 1일 1시간, 1주일 6시간까지 연장 가능)였다. 이를 통해 밤샘 촬영이 허다한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 환경에서 청소년 연예인들이 학습권과 휴식권, 수면권 등을 보장받고,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제 실시로 연예기획업을 하려는 자는 일정 등록요건을 갖춰 정부에 등록하도록 한 게 이 법안의 골자다.

미래의 한류를 책임질 어린 예비 스타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하자는 법안이니 대놓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없다. 이 법안이 제정된 게 지난 1월이었고 시행까지 6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던 만큼 연예기획사와 콘텐츠 제작사들에서는 나름의 준비까지 해왔다.

2009년 MBC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아역 스타가 된 진지희와 서신애.
기획사 싸이더스HQ 측은 오는 9월 방송을 시작할 SBS 새 월화 미니시리즈 ‘비밀의 문’ 제작진과 소속 아역 스타 김유정(14)의 출연에 대해 협의하며 이 법에서 기준으로 정한 촬영시간을 맞춰줄 것을 요청했다. 이 드라마는 최근 촬영에 돌입했는데 김유정의 촬영은 오후 9시 안팎에 끝나고 있다. 김유정은 9월 생으로 드라마 시작 시점에 즈음해 만 15세가 된다.

현재 KBS2 금요드라마 ‘하이스쿨:러브온’에 출연 중인 김새론(14)의 소속사 판타지오 나병준 대표는 “촬영이 오후 10시 이전에 끝날 수 있도록 제작진과 협의를 했다. 청소년들을 위해 필요했고 지켜져야 할 법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섭 SBS 드라마 CP도 “아역 배우들의 촬영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당일 스케줄을 짜고 첫 촬영 날짜도 애초 방송 1개월 전에 시작했다면 1개월 반 이전에 시작해 문제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탁상공론으로 제정된 법안이어서 제대로 지켜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드라마, 영화에서 밤 야외 장면을 촬영하려면 오후 10시까지 마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오후 8시에나 어두워지는 여름철에는 오후 9시가 넘어 해당 장면 촬영에 들어가는 게 다반사다. 조명크레인을 배치하고 명도조절을 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만 1시간이다. 장소를 조금만 옮겨 이어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다시 1시간여가 소요된다. 한 장면의 촬영을 1시간만에 마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어지는 장면들까지 촬영을 끝내려면 며칠이 계속돼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특히 사극에서는 밤 야외 신이 꼭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각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는 중견 연기자들은 2~3개 드라마에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 제작진에게 자신의 촬영 분량을 몰아달라는 요청도 한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중견 연기자들의 수입 감소가 불가피해지고 이는 출연진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이돌 그룹들 중에는 미성년자 멤버가 포함된 경우가 적지 않은데 뮤직비디오 촬영을 할 때 세트를 24시간 임대해 밤샘 촬영으로 완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법안을 따른다면 세트 임대 비용이 기존의 2배가 들어가게 된다. 제작비 상승은 소속 연예기획사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콘텐츠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여름방학 시즌이고 현재 방송과 제작이 함께 이뤄지고 있는 드라마 중 아역 배우들의 비중이 큰 작품들이 없어서 큰 문제가 없지만 각급 학교들이 개학하면 상황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이 법을 지킨다면 서신애, 진지희 등 아역 스타들을 탄생시킨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유승호를 발굴한 영화 ‘집으로’ 같은 작품들이 다시 만들어지기 어렵다. 사극 등에서 중요한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에도 청소년 연예인의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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