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살아 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의 한숨

  • 등록 2008-04-13 오후 1:25:27

    수정 2008-04-14 오전 8:10:39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오늘날 맨체스터Utd.(이하 맨유)를 응원하는 이들은 아마도 후대의 레드 데블스 팬들로부터 ‘역사의 증인’으로 불리며 부러움을 사게 될 것 같다. ‘왼발의 마법사’ 라이언 긱스(34)와 시대를 공유한 덕분에 긱스가 대기록을 달성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할 수 있게 된 까닭이다.

긱스는 지난 9일 열린 AS로마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1-0승)을 포함, 맨유 소속으로 총 751경기에 출전, 바비 찰튼 경이 갖고 있는 클럽 역대최다출전기록(759경기)에 8경기 차로 접근해 있다. 9경기를 더 소화할 경우 맨유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긱스가 ‘살아 있는 레전드’로 떠오르며 주목받게 된 건 역시나 “오직 맨유”를 외치며 프랜차이즈 스타 역할을 자임한 특유의 주인 의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맨유와 긱스가 처음 인연을 맺은 시기는 21년 전인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맨유 유소년 클럽 소속이던 긱스는 자신의 14번째 생일날 집까지 찾아와 축하인사를 건넨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관심과 정성에 매료돼 맨유에서의 새출발을 결심하게 된다.

이후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급격한 기량 향상을 이룬 긱스는 1990-91시즌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것을 시작으로 매 시즌 꾸준히 선발 출장하며 ‘레드 데블스의 종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에릭 칸토나, 로이 킨, 게리 네빌 등 걸출한 리더십을 보유한 멤버들과 함께 해 주장으로 나선 경험은 그리 많지 않지만 클럽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까닭에 언제나 주변에는 동료들이 넘쳐 났다.

1인자는 아니지만 꾸준히 캡틴을 도와 팀 분위기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의미다. 언제나 팀을 먼저 생각하는 긱스의 성향은 경기 중에도 빛을 발했다. 스타들로 차고 넘치는 맨유의 화려한 스쿼드 속에서 무려 18시즌 동안, 그것도 꾸준히 선발급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궂은일을 도맡으며 오직 승리만을 목표로 뛰는 성실성과 열정이 큰 역할을 했다.

이렇듯 긱스가 오랜 세월 소속팀에 뜨거운 애정을 유지한 것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국가대표팀(웨일스) 멤버로서 메이저급 무대에 나서지 못해 ‘비운의 스타’라 불린 긱스에게 맨유는 자신의 야망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관련해 한 가지 우려스러운 건 근래 들어 긱스가 처해 있는 상황이 썩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출전 횟수나 시간 등은 여느 시즌과 견줘 모자랄 것 없지만 플레이 내용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팀 내 역할과 입지가 급속도로 축소되는 모양새다.

체력과 스피드의 감소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박지성 나니 등 경쟁자들과 견줘 비교 우위를 점한다는 평가를 받던 전진패스와 크로스의 정확성마저 눈에 띄게 줄었다는 비판이 넘쳐난다.

6일 미들즈브러와의 리그 33라운드 경기(2-2무)서 박지성의 결정적인 크로스를 허무하게 놓쳐버린 후엔 집중력 저하 현상 또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부진한 플레이에 실망한 일부 극성팬들이 공개적으로 “당장 긱스의 기용을 중단해야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을 정도니 ‘살아 있는 레전드’의 입장에서는 퍽 자존심 상할 법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이 과정에서 대기록(역대최다출전) 달성 시점이 다음 시즌으로 늦춰진 점 또한 아쉽기 그지없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다수의 전문가들이 “올 시즌 내에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뤘지만 선수 자신의 부진에 포지션 경쟁자 나니와 박지성의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막판 결장 횟수가 늘어나 2008-09시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13일 열리는 아스널과의 홈 맞대결을 포함, 올 시즌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5경기를 남겨둔 상태다. 여기에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 2경기가 추가되며, 결승에 진출할 경우 1경기를 보탤 수 있다. ▲맨유가 챔스 결승에 진출하고 ▲긱스가 잔여경기에 모두 출장한다는 두 가지 옵션을 모두 충족시키더라도 총 8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쳐 바비 찰튼과의 타이기록에 만족해야한다는 의미다.

“신기록의 주인공으로 거듭난 후 적절한 시점을 골라 명예롭게 축구화를 벗을 것”이라 공언해 온 긱스로서도 목표 달성 시점이 자꾸 미뤄지는 현실이 반가울리 없다. 경기력에 대한 우려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올 시즌 남은 일정 동안 긱스가 선보일 플레이 내용은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재의 흐름이 끝까지 이어진다면 다음 시즌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특유의 노련미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준수하게 마무리할 경우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대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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