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갱부터 분당까지..생활밀착형 공포, 관객 '들었다놨다'

  • 등록 2013-08-08 오전 9:14:46

    수정 2013-08-08 오전 9:14:46

영화 ‘설국열차’(왼쪽부터), ‘더 테러 라이브’, ‘감기’, ‘숨바꼭질’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이 양갱이, 설마.’ ‘혹시 마포대교를 건너다가.’ ‘우리 집도 분당인데.’ ‘우리 집에도 있으면 어쩌지.’

우스갯소리로 뱉지만 왠지 불안하다. 한국 영화에 훈풍이 불수록 왠지 모를 찝찝함은 커진다. 저마다 ‘생활 밀착형’ 공포 소재를 안고 있는 작품 때문이다. ‘설국열차’에서 주인공들이 먹는 단백질 블록이나, ‘더 테러 라이브’에서 상판이 무너지는 마포대교, ‘감기’의 배경인 경기도 분당이나 ‘숨바꼭질’의 주요 소재인 ‘내 집’에 관객들의 몰입도가 집중되는 분위기다. 우리 생활과 밀착된 먹거리, 교통수단, 주거지인 만큼 관객의 감정 이입도 효과적이지만 부작용에 울상 짓는 이들도 있다.

‘설국열차’ 속 단백질 블록.
▲ ‘바퀴벌레 아닙니다’

‘설국열차’에는 단백질 블록이라는 인상적인 음식이 등장한다. 크리스 에반스, 길리엄을 비롯한 열차의 ‘꼬리칸’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다. 생명을 연명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분인 단백질로만 구성됐다. 실체는 바퀴벌레다. 바퀴벌레를 용광로에 담아 마구잡이로 갈아 넣은 게 단백질 블록이다.

6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설국열차’의 빠른 흥행 속도에 양갱을 만드는 식품업체가 울상을 짓는 분위기다. 단백질 블록의 비주얼이 양갱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이기 때문이다. 팥이나 밤 등이 주원료로 쓰이는 양갱이 사람들로 하여금 ‘바퀴벌레 음식’이라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나 개인 블로그에는 두 ‘식품’의 비주얼을 비교한 사진들도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설국열차’의 한 관계자는 이데일리 스타in에 “의도한 바는 아니었는데 실제로 그런 피해가 있다면 참 죄송스런 일이다”며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장난처럼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 심각한 우려 수준은 아닐 거라 믿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 테러 라이브’의 마포대교 폭발신.
▲ ‘튼튼합니다’

200만 관객을 돌파한 ‘더 테러 라이브’. 영화에서는 마포대교 폭발 신이 등장한다. 테러범의 소행으로 상판이 무너져버린 마포대교는 수 십 명의 사상자를 내는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다. 해당 장면은 실제 마포대교에서 촬영된 신도 있었던 만큼 관객들의 불안 심리가 더욱 자극될 법했다.

그래서인지 이와 관련된 신고도 실제로 접수된 사례가 있었다. 불감증을 경계하는 이들의 목소리였다. “마포대교를 건너왔는데 흔들리는 것 같다”, “원효대교도 여의도로 이어지는 건데 아직 안전한 것 맞느냐” 등의 신고 전화가 2,3통 왔었다는 것. 영등포구 내 지구대의 한 관계자는 “그런 신고는 거의 없기 때문에 한번만 전화가 와도 기억에 남는다”며 “장난 전화라고 생각했는데 포털에서 ‘더 테러 라이브’라는 영화의 내용을 접하고 그 인기의 부작용인가 싶었다”며 웃었다.

‘감기’ 속 배경인 분당을 폐쇄도시로 표현하기 위한 컨셉아트.
▲ ‘별뜻 없으니 안심하세요’

재난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감기’에서는 경기도 분당이라는 실제 지역이 우려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동남아 밀입국 노동자들을 실은 컨테이너 박스가 분당 도심의 한 자락에 떨어진다. 그 안에서 퍼진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일한 생존자로부터 퍼지기 시작하며 분당은 ‘폐쇄 도시’로 전락해버린다. 기침 한 번에 감염되고, 감염되면 피를 토하다 죽게 되는 무서운 바이러스가 ‘OO도 OO시’가 아닌 ‘경기도 분당시’라는 실제 지역에 퍼진다는 설정에 분당 거주자들은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낄 터다.

‘감기’로 10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김성수 감독은 이런 우려에 대해 해명했다. 김성수 감독은 “원래는 제주도로 설정하려고 했지만 내륙과 떨어진 섬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공포 심리가 덜 할 것 같았다”며 “서울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위성 도시로 바꿨고 일산과 분당 중 선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당을 최종 선택한 건 영화 촬영에 더욱 적합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주거지가 집결된 곳을 상징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분당이 낙점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숨바꼭질’ 스틸컷.
▲ ‘모두 실화는 아니에요’

일반인을 상대로 한 시사회가 한창인 ‘숨바꼭질’. 표를 받기 전 결말 유출 금지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할 만큼 보안에 철저한 ‘숨바꼭질’은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 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자신의 집처럼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중엔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실제 사례들이 포함돼 있다. 내가 먹지 않은 캔맥주가 책상에 올려져있고, 웹캠으로 찍어둔 화면엔 모르는 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포착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실제 있었던 일이라 생각하니 ‘숨바꼭질’의 공포는 극으로 달한다.

영화가 끝난 후 몇몇 관객들은 주요 배경이 된 아파트 단지를 두고 “저기 우리 집 같다”, “저기 진짜 우리 집이야”, “나 이제 집에 어떻게 가?” 등의 걱정 어린 우스갯소리가 쏟아졌다. 그만큼 와닿는 충격이 컸다는 의미다.

‘숨바꼭질’의 한 관계자는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작품이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도 들지만 너무 무서워하는 분들도 있어 걱정도 된다”며 “사실 남의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실제 사건에서도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과장한 포장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 밀착형 공포 영화라는 표현도 나왔는데, 올 여름 차원이 다른 수준의 공포 영화로 관객들이 기억해줄 것 같아 기대가 더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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