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테마록]패장의 조언 "나는 이래서 실패했다"

  • 등록 2008-06-24 오전 11:07:37

    수정 2008-06-24 오후 1:57:54

▲ 김성한, 이순철, 서정환 전감독(사진 왼쪽부터)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패장은 말이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건 변명을 해선 안된다는 뜻일 뿐이다. 그들의 경험까지 의미 없다고 폄하할 순 없다. 특히나 실패에서 얻게 된 노하우는 그 깊이가 남다르다.

김성한 서정환(이상 KIA) 이순철(LG) 전 감독은 최근 몇년동안 실패를 경험했던 대표적인 지도자들이다. 빛나는 성과를 얻은 적도 있지만 결국 유니폼을 벗게되는 아픔도 겪었다.

페넌트레이스의 반환점을 막 돌아선 한국 프로야구. 한참 잘 나가는 팀들도 있지만 예상 밖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들도 있다. 그러나 아직 4강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순위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팀 감독 입장에선 더 늦기전에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혹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패장에게 길을 물었다. "당신이 실패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서정환 전 감독(최고 순위 3위,최저 순위 8위. 통산 승률 .495)
서 전 감독은 '여유'를 강조했다. 당장 눈 앞의 성적에 급해지다보니 선수들의 부상이나 체력 저하에 애써 둔감해지려 했었던 것이 결국엔 큰 짐이 되더라는 것이었다.
 
"팀 성적의 가장 큰 적은 부상이다. 부상 선수가 속출하면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다. 반대로 아픈 선수가 없으면 어느 팀이나 4강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반에 승수를 벌어두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부상이나 체력 관리를 해주는 것이 절대 쉽지 않다. 그러나 결국 결과는 비슷하더라. 급할수록 여유있는 운영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리를 해서 어떻게든 4강에 들어가도 문제다. 페넌트레이스때 힘을 다 빼놓게 돼 정작 포스트시즌서는 별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올 시즌 롯데가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것도 결국 선발 로테이션을 어떻게든 지켜가며 여유있는 운영을 했기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김성한 전 감독(최고 순위 3위,최저 순위 5위. 통산 승률 .548)
김 전 감독은 자신의 야구가 실패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실제 성적으로도 그렇다). 다만 감독으로서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감독의 야구 외적인 문제는 결국 팀 성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해태에서만 야구를 하다보니 김응룡 감독님(현 삼성 사장) 스타일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스타일을 참고하며 나만의 방식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대로만 하려 하다보니 부작용이 생긴 것 같다. 좀 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구단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야구에 대해선 미련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야구만 신경쓰다보니 나머지 외적인 부분에 소홀했었다. 그래서 너무 강성이라던지 타협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결국 별 도움이 안됐다. 또 처음 감독을 맡을 때 팀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말 정성과 진심을 다해 선수들과 호흡하다보니 나름대로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욕심이 생겼다. 조금만 더 보강하면 금방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승은 그렇게 간단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순철 전 감독(최고 순위 6위, 최저 순위 7위. 통산 승률 .431)
이 전 감독은 '소통'을 이야기했다. 감독과 선수간에 마음이 통해야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오해를 했던 것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내가 감독이니까 선수들이 어려워 했던 것도 있고 또 나도 감독으로서 너무 권위를 앞세웠던 것 같기도 하다. 감독은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을 중요시 한다. 결과가 나빠 혼을 내더라도 훈련 과정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라면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결과에 대한 지적에만 너무 신경을 쓰더라. 애정이 있어 혼을 내는 것인데도 많이 흔들리더라. 그래서 코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간에서 감독의 마음을 전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 수석코치(우리 히어로즈)로 새출발을 하며 이런 부분을 많이 신경쓰고 있다. 이젠 주루 코치를 떼고 벤치에 들어가게 된 만큼 좀 더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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