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는 브라질에서 애증의 대상이다. 분명한 성과와 화려한 이력 때문에 사랑받기도 하지만 브라질 축구팬들이 좋아하지 않는 감독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의외로 94년 미국 월드컵 직후 특히 심한 냉대를 받았다. 브라질에선 변변한 팀을 맡기도 힘들 정도였다..수비지향적인 그의 축구 스타일 탓이었다.
파레이라 감독 스스로 “상대에게 볼을 빼앗기면 공 뒤에 우리 선수 8명이 포진했다. 수비를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이런 브라질 축구를 접해 보지 못했던 유럽 팀들이 놀랄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자랑스럽게 설명하지만 문제는 팬들이 이런 ‘파레이라식 축구’를 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펠레 토스타오 리베리노 등 전설적인 스타들이 70년 월드컵을 제패할 당시 구사한 조고 보니토(jogo bonito, 아름다운 축구)를 원했다. 현란하고 창조적인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축구였다. 94년 파레이라 사단은 그 대척점에 서 있었다.
이후 브라질 대표팀이 흔들릴 때면 곧잘 감독 물망에 오르기도 했으나 스스로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안기 싫다“며 거절하다 2006 독일 월드컵때 다시 브라질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이번에는 프랑스와 8강전에서 격돌, 0-1로 패해 탈락했고, 팬과 언론으로부터 ’시대에 뒤진 축구를 하고, 선수들을 제대로 기용하지 못했다‘는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는 지금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베어벡 감독의 자진 사퇴 배경에는 대회 기간 내내 제기된 그의 수비지향적인 전술과 단조로운 공격 패턴 등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가 추구한, 그리고 보여준 축구에 대한 불만이었다. 파레이라 감독이 많은 브라질 축구팬들로부터 외면 받은 이유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지금 한국축구는 보기에 좋은 ‘아름다운 축구’를 지향하는 감독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볼품은 없어도 ‘지지 않는’ 실속 축구를 지향하는 지도자를 발탁할 것인지를 먼저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두 가지를 다 이뤄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힘들다. 어지간한 국가대표 3~4팀은 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풍부한 인적자원을 가진 브라질 대표팀 감독도 쉽게 하지 못한 일이다.
여기에 단기적으로 성적을 올리는 지도자가 필요한지,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지도자가 와야 하는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항상 세계 정상급인 브라질과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한국 축구가 해야 하는 고민이다. 다시 외국지도자여야 하는지 이제는 국내 지도자를 써야 하는지 문제도 한국 축구가 원하는 지도자상을 분명하게 세운 뒤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다.
한국은 지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표팀을 맡은 데트마르 크라머 감독을 시작으로 7명의 외국 지도자를 활용했지만 대부분 ‘단기 족집게 과외교사’성격이었다. 중도 퇴진한 감독들의 경우 성적 부진 탓이 컸다. 본 프레레 감독처럼 동아시아 대회 한일전 패배가 빌미가 되는 등 대한축구협회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 까닭도 있었다. 국내 지도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피해야 할 일들이다. 과연 현재 한국 축구에는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지 철학부터 먼저 정립하고 후임 감독 선임 작업을 해도 해야 할 것이다.
▶ 관련기사 ◀
☞축구협회, 베어벡 감독 사퇴 수용키로
☞[아시안컵] 베어벡 감독 사퇴...후임에 이라크 감독 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