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명장'vs'최근 하락세'...벤투에 대한 기대와 우려

  • 등록 2018-08-17 오후 12:51:59

    수정 2018-08-17 오후 1:06:39

한국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확정된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결정되자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1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감독 선임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한국을 이끌 새 사령탑으로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벤투 감독은 2005년 스포르팅 리스본 사령탑에 오른 뒤 2009년까지 지휘하며 컵 대회와 FA컵 우승 등을 차지했다.

벤투 감독이 가장 빛났던 시기는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다. 2010년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에 이어 포르투갈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유로 2012에서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우려를 딛고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4강에서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스페인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 축구로 강한 인상을 심었다.

김 위원장은 “상대 공격 전개를 허용하지 않는 전방 압박과 역습 방지를 추구하는 벤투 감독의 스타일이 한국 축구 철학에 맞았다”며 “토너먼트 대회에서 거의 승리했고 카리스마와 전문성, 열정, 자신감을 가진 감독으로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4년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으로 44경기에서 24승 11무 9패 승률 55%를 기록했다. 대표팀 감독이 되기 전에는 스포르팅에서 네 시즌 동안 139승 51무 39패로 승률 61%를 기록했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은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경험도 있고 세계적인 리그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며 “FA컵과 슈퍼컵에서 2년 연속 우승해 4개의 트로피를 얻어 ‘컵대회의 왕자’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거물급 지도자가 올 것으로 기대했던 팬들로선 다소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감독 후보로 거론된 루이스 스콜라리, 카를로스 케이로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바히드 할릴호지치, 키케 플로레스 등에 비하면 이름값은 확실히 떨어진다.

벤투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자국 클럽(스포르팅 리스본)과 자국 대표팀(포르투갈) 얘기다. 유로 2016 예선 첫 경기에서 알바니아에게 0-1로 패해 경질된 이후 포르투갈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브라질 크루제이루에서는 제대로 팀을 이끌어보지 못하고 2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는 승승장구했지만 구단주 및 일부 선수와의 불화로 시즌 중 경질됐다. 지난해 맡은 중국 충칭 리판에서도 성적 부진으로 7개월 만에 짐을 싸야 했다.

벤투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다. 반대로 얘기하면 독선에 빠질 우려도 크다는 의미다. 자칫 선수단이나 협회와 심한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실제로 올림피아코스에서 선수와의 불화가 문제가 됐다.

중국에서 실패한 감독이 곧바로 한국 대표팀을 맡는다는 것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이 최근 커리어가 하락세라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다”며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보여준 자신감과 축구 철학은 흔들림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한국 대표팀을 맡아 월드컵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훈련 지도 과정을 다 체크했고 능력있는 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을 선택하는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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