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유채꽃·쪽빛 바다 어우러진 부산 바다를 걷다

부산 이기대 해안 산책로 걷기 여행
  • 등록 2018-04-07 오전 12:00:01

    수정 2018-04-07 오전 12:00:01

오륙도 해안산책로(갈맷길 2-2길)에서 바라본 오륙도 전망대와 오륙도


[부산=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노란 꽃들이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유채꽃은 여행자들의 지친 심신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봄의 전령이다. 4월 부산은 유채꽃이 절정을 맞는다. 부산을 대표하는 유채꽃 명소 중 하나가 바로 남구 용호동에 자리한 오륙도 해맞이 공원이다. 오륙도 스카이워크 뒤편의 산자락에 조성한 작은 공원으로, 해안 절벽에 노란 유채꽃이 가득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일렁이는 유채꽃이 쪽빛 바다와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봄을 더 제대로 느끼려면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도 좋다.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에서 동생말까지 이어지는 4.7km의 걷는 길이다.

오륙도 전망대와 오륙도 사이를 오가는 여객선


◇ 수천만 년의 비밀 품은 오륙도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오륙도 해맞이공원이나 동생말에서 출발할 수 있다. 들머리는 오륙도다. 남해와 동해를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여기다. 오륙도는 6개 섬으로 나뉘어 있다. 육지에서부터 차례로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이 이어진다. 오륙도라는 이름은 안개가 끼는 날이나 밀물일 때는 6개로 보였다가 썰물일 때나 맑은 날은 5개로 보인다 해 오륙도라 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오륙도 해양공원에서는 2개의 바위섬만이 보인다. 길 초입의 안내판에는 ‘방패섬과 솔섬이 밀물 때는 둘로 나뉘고, 썰물 때는 하나가 되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다. 오륙도의 실체를 제대로 보려면 멀리 떨어져야 봐야 한다. 1740년 편찬한 동래부지 ‘산천조’에는 “오륙도는 절영도 동쪽에 있다. 봉우리와 뫼의 모양이 기이하고, 바다 한가운데 서 있으니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되어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고 나와 있다.

파도와 풍화작용으로 침식한 오륙도 해안의 모습


이 바위섬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오륙도의 암석은 약 8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에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이곳은 바다가 아닌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였다. 기후도 지금보다 따뜻한 아열대성으로, 건기와 우기가 뚜렷이 바뀌는 환경이었다. 강과 호수가 있었고, 이 땅의 주인들은 사람이 아닌 공룡들이었다. 하늘에는 익룡이 날아다녔고, 숲에는 거대한 초식공룡의 먹이인 걸씨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주변 산에서는 화산폭발이 종종 일어났고, 여기서 날아온 화산재와 암석조각들이 쌓이며 굳어져 현재의 오륙도 바위가 되었다.

그렇다면 섬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다시 시계는 12만 년 전으로 돌아간다. 당시는 간빙기로 해수면이 지금보다 높았다. 오륙도 바위는 파도와 바람에 침식했고, 현재의 계단 모양의 지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로도 이곳은 해수면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침식 작용을 반복했다. 이후 약 8천 년 전 빙하기가 찾아오면서 해수면이 낮아졌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다시 육지로 이어지던 시기였다. 오륙도도 육지로 바뀌어 침식과 풍화작용을 겪었고, 빙하기가 지나고 다시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오륙도는 현재의 섬들로 남은 것이다. 물론 지금도 거친 파도에 조금씩 깎이고 있다.

오륙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륙도 전경


섬 전체 넓이는 28.189㎡로 크지는 않다. 섬 앞으로는 구로시오 난류가 흐르는데, 그 속에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해양생태계의 보고다. 특히 보호 대상 해양생물인 게바다말,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야생동물 1급인 매, 환경부 보호 대상 생물인 섬향나무와 청정해역의 대명사인 부채뿔산호도 서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륙도와 그 주변 일대는 해양생태계 보전과 관리에 의한 법률 제25조에 근거해 2003년 12월 31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또 2007년 10월에는 국가 명승 제4호로 지정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아름다운 경관과 더불어 다양한 부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오륙도인 것이다.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는 오륙도를 한층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무려 35m 높이 해안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나와 있다. 이 전망대에 올라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공포도 잠시, 구름 위에 떠 있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이기대에서 바라본 광안대교와 그 너머 빌딩 숲


◇부산의 해안길 따라 봄을 즐기다

스카이워크에서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고 본격적인 산책로 탐방에 나선다. 산책로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섬을 품은 바다 풍광이 한결 푸르고 넓어진다. 계단 중간에 조성한 작은 공원에는 수선화가 노랗게 피어파란 바다와 대조를 이룬다. 걷는 것을 싫어하거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여행자라면 이곳까지만 올라도 부산 바다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언덕배기 전망대를 넘으면 길은 해안 절벽에 바짝 붙어 이어진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푸른 물결 넘실대는 바다 위로 해운대의 고층빌딩이 점점 가까워진다.

여기서 조금 더 걸어 나가면 이기대 공원이다. 오랫동안 군사시설로 묶여있다가 1993년에 일반에 개방했다. 이기대라는 명칭은 1850년 좌수사 이형하(李亨夏)가 편찬한 ‘동래영지(東萊營誌)’에는 ‘좌수영 남쪽으로 15리(6km)에 두 명의 기생(二妓) 무덤이 있어 이기대라고 부른다’고 기록돼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인근 수영성을 함락시킨 다음 축하연을 열고 있을 때 의로운 기녀 2명이 왜장을 술에 취하게 한 뒤 끌어안고 바다로 투신해 함께 숨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이기대가 아니라 ‘의기대(義妓臺)’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이기대 해안 돌개구멍


이기대 공원 산책로 곳곳에는 해안가로 나온 수십개의 평평한 바위와 기암괴석이 파도와 어우러지는 천혜의 자연경관이 펼쳐진다.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지층과 파도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해식동굴을 비롯해 공룡 발자국을 닮은 ‘돌개구멍’, 바다에서 바라보면 제주도의 전통 의상인 갈옷을 입은 모습인 ‘치마바위’ 등이 펼쳐진다. 또 다른 볼거리 중 하나가 돌개구멍이다. 해안가에 마치 공룡 발자국과 같은 둥근 모양의 웅덩이들이 여기저기에 발달한 모습이다. 이것은 바위 빈틈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파도에 의해 회전하면서 조금씩 바위를 깎아내어 만들어진 것이다.

◇여행메모

△가는길= 오륙도 해맞이공원으로 가려면 부산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 역에서 내려 용호동 방면으로 23이나 131번 버스로 갈아타 오륙도 SK뷰 아파트 후문에서 내려야 한다. 반면, 동생말로 가려면 같은 지하철에서 내려 용호동 방향으로 20·22·24·27·39·131번 시내버스로 환승, 이기대 공원 입구에서 내려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더 편하게 다녀오려면 부산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레드라인과 블루라인을 이용하면 환승 등의 번거로움 없이 곧바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여행팁= 부산관광공사는 8일부터 11월까지 가이드와 함께 걷는 ‘갈맷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총 9개 코스 중 해안절경길(용호만~동생말~어울마당~이기대해안길~오륙도), 흙내음숲길(동대교~땅뫼산황토숲길~오륜대~상현마을), 강바람낙조길(낙동강하구둑~장림포구~아미산숲길&전망대~고우니생태길~다대포해수욕장) 등 3개 코스가 대상이다. 참가비는 식사비와 가이드 비용을 포함해 1만 원 선에서 책정할 예정이다.

△먹을 곳= 기장 철마를 대표하는 음식은 ‘철마한우’다. 한우가 부담스럽다면 부산 동구 초량동 ‘원조불백’도 좋은 선택이다. 1986년 고(故) 권소선 씨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불고기백반을 볶아 만들어 오던 곳으로, 지금은 권 할머니의 손녀딸인 오재영 씨가 전통방식 그대로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 초량동 원조불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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