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도 길다…요즘 K팝, 짧아야 뜬다

아이브·뉴진스 등 3분 이하 곡으로 히트 성공
신곡 홍수 속 '킬링 파트' 강조해 승부수 띄워
숏폼 영상 콘텐츠 인기의 연장선이란 분석도
  • 등록 2022-10-26 오전 5:00:00

    수정 2022-10-26 오전 5:00:00

뉴진스(사진=어도어)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짧은 노래가 잘 먹힌다.”

요즘 K팝의 히트 공식을 대변하는 말이다. 3분만 넘겨도 러닝타임이 긴 노래 축에 속할 정도로 짧은 음악을 내놓는 게 대세가 됐다. 음원차트 최상위권에 오른 인기곡 대부분이 약속이나 한 듯 3분 직전인 2분 후반대에서 매듭지어진다.

에이핑크, EXID, 모모랜드 등 인기 K팝 그룹들의 히트곡을 다수 써낸 음악 프로듀서 신사동호랭이는 25일 이데일리에 “최근 들어서는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들려주고자 하는 부분을 최대한 명확히 강조해 집중도를 높이는 방식이 추세로 자리 잡아 길이가 짧은 곡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이른바 ‘길보드 차트’ 시절엔 고음 파트를 넣어야 귀에 확 걸린다는 말이 통용되곤 했고, 싸이월드 BGM 차트가 중심일 땐 중독성 높은 훅으로 후렴 파트를 극대화하는 게 트렌드였는데 또다시 변화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크러쉬(사진=피네이션)
블랙핑크(사진=YG엔터테인먼트)
국내 주요 음악 플랫폼 이용량을 집계하는 공인 음악차트인 써클차트(구 가온차트)의 최신 디지털 종합 차트(42주차)를 살펴보면 “짧은 노래가 잘 먹힌다”는 말로 대변되는 K팝 시장 흐름을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다. 톱10에 오른 곡 중 무려 7곡의 길이가 3분을 넘지 않는다. 톱5로 범위를 좁혀보면 1위에 자리한 지코의 ‘새삥’(2분 27초)을 비롯해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2분 57초), 뉴진스의 ‘하입 보이’(Hype boy. 2분 56초), 크러쉬의 ‘러시 아워’(Rush Hour, 2분 57초), 블랙핑크의 ‘셧 다운’(Shut Down, 2분 55초) 등 모든 곡이 3분을 넘지 않는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타나지 않았던 흐름이다. 써클차트의 지난해 연간 디지털 종합 차트를 살펴보면 톱10에 오른 곡 중 3분 이하 노래는 방탄소년단의 ‘버터’(Butter) 단 한 곡뿐이었다. 나머지 곡들의 길이는 대부분 3분 초·중반대였다.

아이브(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K팝 호황기를 타고 신곡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리스너들의 뇌리에 빠르고 확실하게 노래의 매력을 각인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다수의 기획사가 기승전결 구성과 서사구조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노래의 킬링 파트와 메시지를 들려주는 데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고 그 전략이 잘 먹혀들고 있다.

K팝 글로벌화에 따른 작업 방식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K팝의 타깃이 전 세계 리스너로 향하면서 자연히 해외 음악 프로듀서들과 공동 작업이 활발해졌는데 이 같은 추세 속 간결함을 추구하는 팝 시장의 음악 스타일이 K팝에 녹아들었다는 것이다.

(여자)아이들(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 등 15~30초 분량의 숏폼 영상 콘텐츠가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변화라고 보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들어 숏폼 및 SNS 플랫폼상에서 신곡의 킬링 파트와 안무를 따라하는 영상을 올리도록 유도하는 ‘챌린지’를 주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가수들도 많아졌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SNS 플랫폼이 콘텐츠의 형태를 규정하는 시대인 만큼 노래 역시도 숏폼 콘텐츠가 인기인 흐름을 따라가며 점차 짧아지고 임팩트를 강조하는 데 중점을 두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3분 이하 곡 발매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음원 강자’ 그룹으로 통하는 (여자)아이들은 2분 58초 분량의 신곡 ‘누드’(Nxde)로 지난 17일 컴백한 뒤 멜론, 지니 등 주요 음악플랫폼 일간 차트 1위 자리를 꿰찼다. 신인 그룹 퀸즈아이는 지난 24일 러닝타임이 단 2분 30초에 불과한 데뷔곡 ‘야미 야미’(Yummy Yummy)를 내놓았다.

신사동호랭이는 “부가적인 요소를 더하느라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의 길이가 다소 길어질 수는 있겠으나 노래 자체를 짧게 제작해 집중도를 높이려는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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