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는 것 [조성진 박사의 엉뚱한 뇌 이야기]

  • 등록 2022-03-20 오전 12:01:00

    수정 2022-03-20 오전 12:01:00

조성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뇌 이야기를 합니다. 뇌는 1.4 키로그램의 작은 용적이지만 나를 지배하고 완벽한 듯하나 불완전하기도 합니다. 뇌를 전공한 의사의 시각으로, 더 건강해지기 위해, 조금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떻게 뇌를 이해해야 하고, 나와 다른 뇌를 가진 타인과의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탐구해보겠습니다. 일주일 한번 토요일에 찾아뵙습니다.

[조성진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우리 몸은 뇌가 지배한다. 컴퓨터로 따지면 하나의 뉴런세포가 한 개의 CPU에 해당한다고 생각해보면 뇌 안에 1000억개의 뉴런이 존재하니 뇌는 그야말로 슈퍼 컴퓨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신경외과 의사들은 뇌는 우주보다도 광활하다는 이야기를 즐겨한다. 우주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듯이 심장과 소화기관을 제외하고 우리 몸은 대칭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양쪽을 완벽히 조절하기 위해 우리의 뇌도 반으로 나누어 각기 반대쪽의 몸을 조정하고 있다.

뇌를 포함한 신경계도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좌, 우의 근육과 감각을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게 하여 우리를 걸을 수 있게 만든다. 사실 직립보행을 한다는 것은 균형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인간과 같이 고도로 진화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을 제외하고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로는 펭귄이 있지만 대부분 물속에서 산다. 유인원, 곰 등도 직립보행이 가능하나 가끔 하는 편이고 보통은 네발로 걷는다. 캥거루는 두발을 이용해 뜀뛰기 형태로 이동하는 것이지 보행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직립보행은 다른 동물들의 사족보행과 비교할 때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우월하다고 한다. 사족 보행하는 침팬지에 비해 에너지가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에너지 효율성보다도 더 큰 직립보행의 혜택은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손을 등장시킨 매우 역사적인 진화라고 평가된다.

언어 능력의 향상도 직립보행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인간이 직립하면서 인후의 부피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훨씬 커지게 되어 이 빈 공간을 공명시킬 수 있게 되어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다양한 발성이 가능하게 되었고, 높은 지능을 이용해 소리를 언어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즉, 찬란한 인류 문명은 직립보행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몸은 100세까지 걸을 수 있게 만들어지진 않았다. 언젠가는 걷지 못하니 걸을 수 있을 때 많이 걸어야 하며, 나이가 들어서도 잘 걸을 수 있게 관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걷는 것은 간단하고 돈이 들지 않으며 특별한 장비나 훈련이 필요하지 않고 모든 연령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운동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걷기는 호흡기 질환 관련 사망 예방에 가장 좋은 것을 나타났고, 매주 6시간 이상 걷는 것은 신체활동이 적은 사람들에 비해 호흡기 관련 사망 위험이 35% 낮았다고 한다. 심혈관 질환의 사망 위험도 20%, 암 사망도 9% 낮아진다고 하였다.

걷기는 균형을 맞춰가는 운동인데 특히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가장 이상적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인은 스트레스가 많아 항상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어 두통, 소화불량, 불면증, 변비와 설사 등의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의사들이 흔히 신경성이라고 하는 모든 것이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 건강과 장수를 위해서는 걷기를 통해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몸은 걷기 시작하면서 5분이 지나면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어 기분이 상쾌해 지고 대뇌피질에 조용한 각성을 만들어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바쁜 현대 생활 속에서 걷기를 실천하기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출퇴근 할 때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한, 두 정거장 전에 미리 내려서 걷는 다던지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나 주 1~2회 주변의 산책로를 걷거나 가까운 산을 오르는 것도 좋다.

운동 삼아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사람만 보고 아무 생각없이 줄지어 걷는 것 보다는 사색과 명상을 하면서 걷는 것이 더욱 좋다.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산티아고에 열광하듯이 우리나라 곳곳에 문화가 스며있는 공간을 걷는 것도 좋을 것이다. 칸트, 니체, 괴테와 같은 역사적 인물도 산책을 통해 대작의 영감을 얻었다고 하니 단순히 걷기보다는 주변을 둘러보며 자연의 바람과 함께하고 사색을 하면서 거닐기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하겠다.

거닐기 하기에 좋은 봄이 오고 있다. ‘인간은 걸을 수 있는 만큼 존재한다’는 한 학자의 말이 오늘도 나를 생각하면서 걷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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