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 "이탈리아 갈 때까지 국내 복귀는 없다"

  • 등록 2009-05-22 오전 8:11:02

    수정 2009-05-22 오전 8:11:02

[조선일보 제공] “배구계의 박지성이 될 때까지 당분간 국내 복귀는 없습니다.”

2008년 9월 4일,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에 성공한 문성민(23·Vfb 프리드리히샤펜)은 독일로 떠나기 전 공항에 나온 취재진과 많은 팬들 앞에서 “배구계의 박지성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세계 최고 리그인 이탈리아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푼 꿈을 안고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문성민이 부진을 거듭하자 독일 진출 4개월 만에 국내 복귀설이 흘러 나왔다. 절치부심한 문성민은 시즌 후반 맹활약으로 소속팀을 리그 5연패에 올려 놓았지만, 귀국 후에도 ‘해외 잔류냐, 국내 복귀냐’는 그의 거취가 관심사가 됐다.

12일 독일에서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한 문성민은 곧장 고향인 부산에 내려갔다. 하지만 일주일도 쉬지 못하고 18일 국가대표팀에 합류해야 했다. 다음달 13일 열리는 월드리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20일 국가대표 훈련을 마치고 숙소에서 만난 문성민은 밝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거취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으며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프로 생활 첫해는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문성민의 소속팀 Vfb 프리드리히샤펜은 4년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2007년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까지 재패하며 트리플 크라운에 오른바 있는 명문팀이다. 그런 명문 구단에 입단한 것도 모자라 구단에서는 ‘월드 스타’ 문성민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개막전 포스터에 제 사진이 실릴 정도였죠. 솔직히 부담이 컸습니다.”

준비도 부족했다. “국내 드래프트 문제도 있고 해서 해외 진출을 서두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자신감만 가지고 될 줄 알았죠. 독일행이 결정되고 곧바로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국가대표팀에 소집되느라 시즌 개막전을 3일 앞두고 서야 처음으로 팀 훈련에 참가했습니다.”

준비가 덜 된 채로 시작한 유럽 생활은 힘들었다. 유럽 배구의 빠른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시즌 초반 세터가 공격 기회를 많이 만들어준 덕택에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 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많은 분들께서 득점 기록만 보고 잘했다고 했지만 기록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절대 아니에요. 득점 성공률이 말이 아니었죠.”

성공률이 떨어지다 보니 세터의 신뢰도 잃고 자연스레 공격 기회도 줄어들었다. 팀 내에서의 입지도 흔들렸다. 시즌 중반에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서브가 좋은 문성민은 원 포인트 서버(서브 득점을 올리기 위해 서브 기회에서 잠시 나오는 선수)로 기용되는 굴욕도 맛봤다.

하지만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국내에서의 냉랭한 반응이었다. 당시 연패의 늪에 빠진 KEPCO45에서 문성민의 복귀를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배구팬들도 문성민의 복귀를 종용했다.

“원래 인터넷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 기사를 꼼꼼하게 읽진 않아요. 그런데 훈련이 끝나면 딱히 할 일이 없어 기사를 자주 읽었죠. 그런데 복귀설이네, 왕따설이네 하는 기사가 나온 거에요. 제가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안 좋은 일도 쉽게 잊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며칠 가더라구요.”

한동안 문성민을 괴롭혔던 왕따설에 대해서는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황)동일이에게 ‘말도 안통하고 힘들다. 한국가고 싶다’고 장난식으로 얘기한 것이 와전이 된 거죠”라고 말했다. 그래도 당시 국내 복귀를 부추겼던 KEPCO45에 대한 미움은 전혀 없었다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자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갑자기 주전 레프트가 부상을 당한 것. 그동안 주로 라이트 공격수로 활약했던 그였지만, 간만에 주어진 기회를 져버릴 수는 없었다. 의외로 레프트 공격은 그에게 맞는 옷이었다. 세터의 한 박자 빠른 토스에 타이밍 맞추기가 수월했다. 후반기 활약은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졌고, 5전 3선승제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문성민은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후반기 활약이 그나마 나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시즌은 아니었습니다.” 문성민은 당초 2년 계약을 통해 독일에 진출했다. 소속팀에서는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1년 계약 연장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봉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주전 선수로서 확실한 입지를 가질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며 “협상은 에이전시에서 진행하고 있어 정확한 얘기를 듣진 못했지만 소속팀과의 협상에는 차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20일 문성민의 터키 리그 진출설이 터져 나왔다. 이에 문성민은 “최종 목표는 이탈리아에 가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 이탈리아에서 뛰는 건 제 생각에도 무리죠. 사실 어디서 뛰든 상관없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전에 많은 리그를 경험하는 것도 저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는 말로 대신했다. “프로 선수라면 좋은 조건을 바라는 것은 당연할 일이죠. 아직 여러 팀에서 제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터키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럽 잔류에 무게가 실리자 문성민의 국내 복귀를 끈질기게 추진하던 KEPCO45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문성민은 KEPCO45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동시에 전했다. “단장님께서 직접 공항에 나오셔서 너무 놀랐습니다. 항상 신경 써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목표를 이루기 전에는 국내에 복귀하는 일은 없습니다.”

지난해 월드리그에서 맹활약은 문성민에게 ‘독일 진출’이라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다음달부터 월드리그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대회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답게 활약을 해야죠. 이번에는 꼭 예선 통과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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