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제도에 발목 잡힌 한의…양약·항생제·엑스레이도 못써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 ②
"제도 모순 탓에 한의의 현대화·과학화 머나먼 길"
  • 등록 2019-05-08 오전 6:14:00

    수정 2019-05-08 오전 7:13:12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약의 과학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한약의 과학화를 외쳤다. 이후로 1년여가 흘렀지만 현실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약의 양약화가 성공하더라도 그 결실은 한의가 아닌 양의에게로 쏠리는 현실 모순에 발목이 잡혀서다.

최 회장은 7일 인터뷰에서 “한약의 현대화 과학화는 현대 진단기기 활용을 전제로 해 정확한 진단과 함께 치료과정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는 진단부터 치료까지 모둔 한약만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한약과 침을 추가하면 폐렴치료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중의와 서의가 함께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한의사는 양약과 항생제, 엑스레이 등 현대의학 기기는 사용할 수 없다.

한약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더라도 한의사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일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탕약 청파전이다. 탕약 청파전은 한방에서 디스크와 관절염 등 염증성 골관절 질환 치료에 사용한다. 탕약에 쓰인 6가지 한약재는 오가피, 우슬, 방풍, 두충, 구척, 흑두 등이다. 이들은 수백년 간 아시아권에서 다양한 염증성 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됐다. 청파전의 임상시험 결과 기존 양약과 비교해 약효는 거의 대등하면서 부작용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약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대체의학 중 과학적 사실로 증명된 논문만 게재하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에스노파마콜로지`에 실리기도 했다.

청파전의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했지만 청파전이 캡슐에 담기며 한의사·양의사 간 분쟁으로 비화했다. 그는 “자생한방병원과 녹십자가 공동 개발한 ‘신바로캡슐’의 경우 청파전 탕약에서 수분을 날려 골관절염치료제로 만들어졌다”며 “양약이 된 만큼 한의사는 쓰면 안 된다고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논리는 임상실험을 거쳐 제조된 것은 그때부터 양약이기 때문에 한의사가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약이 된 한약은 일반 병원에서 처방하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지만 한의원에서 처방하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모순된 상황에 처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중성약을 만들면 중의사과 서의사가 함께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 회장은 “결국 제도의 문제”라며 “제도가 완비돼 있었다면 양 직능 간 사용권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약이 과학화 되더라도 한의와 양의과 함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은 결실을 함께 누리도록 해야 한의의 과학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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