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함께한 부인 살해하고…교통사고로 위장한 남편 [그해 오늘]

2017년 1월 15일 경찰에 “아내 살해” 자백
미리 휘발유통 챙기고 도주 퇴로 만들기도
法 “배우자 계획살인, 범행 축소에만 급급”
  • 등록 2024-01-15 오전 12:00:00

    수정 2024-01-15 오전 12:00:00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17년 1월 15일 살인 혐의로 체포된 50대 남성은 경찰에 “내가 아내를 죽인 게 맞다”고 자백했다. 붙잡힌 지 사흘 만에 혐의 일부를 인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남성은 범행 동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왜 17년여간 함께한 아내를 살해하고 자동차 사고로 죽음을 위장한 것일까.

B씨 차량이 불에 타 그을린 모습. (사진=연합뉴스)
범행 후 거짓진술, 국과수 감식결과에 자백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17년 1월 4일이었다. A씨는 이날 새벽 4시 36분께 집을 나서는 부인 B씨를 따라 함께 교회에 갔다. 예배가 끝난 뒤에는 B씨의 차량을 타고 교회 밖으로 나와 군산의 한 농수로에서 아내의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때려 살해했다.

이후 A씨는 아내의 차량을 조작해 농수로 밑으로 빠지도록 한 뒤 미리 챙겨온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아내의 시신은 운전석에 밀어 넣은 채 마치 사고가 일어난 것처럼 위장한 것이었다. 이어 A씨는 불에 타는 차량을 뒤로하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B씨의 사망 소식은 사건 몇 시간 뒤 A씨에게도 전해졌다. 그는 경찰이 이 같은 내용을 알리자 “새벽 예배를 마친 아내가 나를 집에 데려다 주고 냉이를 캐러 갔다”고 말한 뒤 부검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A씨는 B씨가 교통사고를 내 숨진 것처럼 거짓말하고 도박게임을 하러 가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사건 전 자신의 차량을 현장 인근에 가져다 두는 모습 등을 폐쇄회로(CC)TV로 확인하고 B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했다.

태연한 척 혐의를 모두 부인하던 A씨는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온 뒤에야 범행을 자백했다. 화재로 숨진 사람의 기도에서 발견되는 그을음이 B씨 시신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차량에 불이 붙기 전 B씨가 이미 숨을 거뒀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었다.

특히 차량이 농수로에 빠졌음에도 앞범퍼가 전혀 훼손되지 않았고 차량 내부에서 불이 시작된 점 또한 경찰이 A씨를 용의자로 판단한 근거가 됐다.

2017년 1월 4일 오전 소방당국이 B씨 차량에 붙은 불을 진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장이혼 안 해준다며 범행 결심

조사 결과 A씨는 아내가 자신의 위장이혼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해를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별다른 소득 없이 지내던 중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을 받겠다며 위장 이혼을 하려 했지만 B씨는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이를 거절한 상황이었다.

이에 A씨는 B씨가 평소 새벽에 예배하는 것을 이용해 인적 드문 곳으로 아내를 데려가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범행 전에는 휘발유통을 B씨의 차량에 몰래 넣어두고 도주할 때 사용할 자신의 차량을 현장 인근에 주차하기까지 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아내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도주했을 뿐 차량에 B씨의 시신을 둔 채 불을 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하면 농수로에 추락해 발생한 충격이나 차량 자체 결함이 화재의 원인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범행 현장에 A씨 외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약 17년간 고락을 함께한 배우자를 계획적으로 비정하게 살해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차량에 불을 질러 사고로 위장하려 했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은 유족인 자녀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고 자신의 범행을 축소·은폐하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며 “과거 강도상해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까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A씨 측과 검사는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고 2심 재판부가 이를 모두 기각한 뒤 대법원이 A씨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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