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용암의 길 따라, 벼랑 끝 잔도와 강 위를 걸어가다

강원도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지난해 11월 한탄강 하늘길 개방
한탄강 협곡 절벽 사이로 길을 내
순담계곡~태봉대교까지 물윗길도 인기
  • 등록 2022-02-04 오전 12:00:02

    수정 2022-02-04 오전 8:28:24

강원 철월 한탄강주상절리길 중 지난해 11월 개통한 하늘길. 한탄강을 제대로 보려면 협곡 아래로 내려서야 하지만, 협곡 사이로 길을 낸 잔도를 따라 걸으면 더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남과 북의 접경지대인 강원도 철원. 지금도 휴전의 긴장감은 계속되지만, 태곳적 자연유산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고장이다. 특히 한탄강은 신들이 숨겨놓은 은밀한 정원으로 불릴 정도. 용암 협곡으로 수직절벽이나 주상절리, 곡류 등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지형이 이곳에 널려 있어서다. 까마득한 높이의 수직단애는 용암이 여러 차례 흐르다 굳은 뒤 물살에 깎인 시간의 더께로, 자연이 만들어낸 순수한 예술작품으로 불린다. 최근 이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철원군이 한탄강 일부 구간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조성하면서다. 이름하여 ‘한탄강 주상절리길’(12㎞)이다. 하늘길과 물윗길로 나뉜 이 길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닌,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길이다..



◇용암 흘렀던 자리, 한탄강을 바라보는 방법

지난해 11월 개통한 강원도 철원 한탄강주상절리길 중 하늘길. 한탄강 협곡의 험한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처럼 매단 잔도다.
한탄강의 탄생 배경을 알아보자. 한탄강은 강원도 평강(북한)에서 발원했다. 54만~12만년 전 이 지역 주변에 화산 폭발이 있었고, 그 당시 흐른 용암으로 인해 검은색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곰보돌’ 현무암으로 이뤄진 절벽과 주상절리, 폭포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지형과 경관을 갖게 됐다.

생겨난 이력만큼이나 지형 또한 독특하다. 학술용어로는 추가령 구조곡이라 불린다. 구조곡은 길게 파인 침식지형으로, 쉽게 말하면 마른 논이 갈라지듯 ‘쩍’하고 벌어진 독특한 구조다. 그래서 평지에선 강이 보이지 않는다. 강을 눈앞에서 보려면 협곡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협곡은 위에서 보는 것과 천양지차다. 수직으로 뻗은 적벽이 양옆으로 길게 뻗어 있다.

한탄강의 깊고 험한 골짜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배를 타야 했지만, 최근 한탄강을 감상하는 법이 달라졌다. 철원군은 지난해 11월 한탄강 협곡의 험한 절벽 사이로 길을 내고 일반에 개방했다. ‘한탄강 하늘길’로 불리는 잔도다. 잔도란 나무 사다리 잔(棧)자를 써서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처럼 매단 길을 말한다. 쉽게 말해 한탄강을 발아래로 두고, 벼랑사이로 걷는 길이다. 잔도의 총 길이는 3.6km, 폭은 1.5m. 궁예가 도망치며 들렀던 곳이라 ‘드르니’로 불리게 됐다는 드르니마을에서 출발해 태봉대교까지 이어진다.

하늘길의 출입구는 드르니마을 매표소와 갈말읍 순담계곡에 위치한 순담매표소 두곳이다. 순담매표소에서는 물윗길이 이어지는데, 하늘길과 물윗길을 다 걷고 싶다면 드르니마을 매표소를 들머리로 잡는 것이 좋다.

강원도 철원 한탄강 주상 절리기 중 협곡의 험한 벼랑 사이로 낸 잔도인 하늘길. 이 길의 한탄강 스카이전망대는 잔도 중간 바닥이 투명 유리잔도로 돼 있어 한탄강 협곡 아래가 아찔하게 보인다.


한탄강 발아래 두고, 벼랑사이를 걷다

벼랑 사이로 난 좁은 잔도를 따라 걷는다. 잔도에는 전망 좋은 10개의 쉼터와 3개의 전망대가 있다. 또 길을 내기 어려운 곳에는 13개의 다리를 만들었다. 드르니 매표소를 나서자마자 첫 전망쉼터인 드르니 전망쉼터가 나타난다. 파란 하늘 아래 주상절리가 뚜렷하게 보인다. 그 아래 언 강물 위로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넓적한 맷돌 모양의 바위가 있었던 맷돌랑 전망쉼터다. 여기서부터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진다. 강 아래 너른바위 끝부분이 경사진 여울 일대를 지나 절벽을 따라 현무암을 비집고 흘러가는 강물소리를 듣다 보니 어느새 드르니 스카이 전망대다. 잠시 전망대에 올라 한탄강과 주상절리를 감상하며 자연의 위대함을 느껴본다.

현무암 주상절리가 급경사를 이루는 ‘쌍자라바위교’, 주상절리 틈에서 자라는 돌단풍을 만날 수 있는 ‘돌단풍교’, 화강암과 현무암이 공존하는 ‘현화교’를 지나면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다. 잔도 중간 바닥이 투명 유리잔도로 돼 있어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탄강 협곡 아래가 아찔하게 보인다.

한탄강주상절리길 중 하늘길은 한탄강 벼랑으로 난 잔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길이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다시 길을 나선다. 구리소 전망쉼터를 지나니 강 쪽 하천 바닥에 원통 모양의 깊은 돌개구멍이 보인다. 자갈이 회전하면서 바위를 갈아내 만들어진 모습이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순담스카이 전망대다. 반원형의 전망대다. 벼랑에서 툭 튀어나와 있어 마치 하늘을 걸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바닥에는 작은 격자 구멍으로 가득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하다.

벼랑 사이로 길은 계속 이어진다. 화강암 바위로 이뤄진 순담계곡의 멋진 경관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순담계곡 전망쉼터가 나타난다. 그 가운데 물윗길 부교가 고석정으로 S자로 길게 이어져 있다.

순담계곡 전망쉼터에서 바라본 물윗길. 순담계곡의 언 강위로 부교를 놓아 한탄강의 적벽과 주상절리, 기암괴석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한탄강을 스릴있게 즐기는 얼음트레킹

하늘길에서 내려와 언 강 위를 걸어간다. 한겨울의 한탄강을 즐기는 방법 중 가장 스릴 넘치는 방법이다. 이름하여 ‘한탄강 얼음트레킹’. 주상절리 협곡의 절벽을 머리에 이고 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데, 사계절 중 이때만 가능하다. 최근에는 한탄강 강물 위로 부교를 놓아 봄까지 걸을 수 있게 했는데, 이 길에 ‘물윗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 겨울에는 꽁꽁 언 강위로 부교 대신 얼음길도 일부 만들어지는데,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철원을 가야할 이유가 충분하다.

순담계곡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태봉대교까지 총 8km. 이중 부교길은 2.4km, 강변길은 5.6km로 나뉜다. 강위로 걸을 수 있는 길도 약 1km 정도 이어진다.

순담계곡에서 고석정까지는 약 1.5km. 한탄강 물줄기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이 계곡을 따라가면 고석바위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우뚝하다. 무려 20m 높이의 장대한 화강암. 정상부의 소나무 군락에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한탄강주상절리길 중 물윗길. 한탄강의 언 강 위를 직접 걸어볼 수 있는 코스다.


승일교에서 송대소까지는 너덜지대다. 넓은 강폭 사이로 부드러운 곡선의 바위들이 인상적이다. 거대한 마당바위를 지나면 은하수교. 길이 180m, 폭 3m의 1주탑 비대칭 현수교다. ‘크고 넓고 맑다’는 의미의 ‘한’에서 떠올린 이름이다. 마치 한마리의 학이 연상되는 모습이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한탄강은 또 다른 모습으로 마음에 담긴다. 북으로부터 내려오는 강줄기와 억만년의 시간이 쌓인 협곡. 그 속에서 감동하는 우리의 모습이 한데 어울려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은하수교 바로 아래는 한탄강 물윗길 최고의 경관인 ‘송대소’다. 송대소는 한탄강의 깊은 소로, 그 위에 높이 30m가 넘는 거대한 현무암 기암절벽이 솟아 있다. 결대로 떨어져 나간 주상절리들이 촘촘한데, 특히 겨울에 보여주는 적벽의 뼈대는 가히 장관이다. 깎아지른 거대한 석벽에 주눅이 들 정도.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초라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반대편 적벽에는 바위틈으로 흘러내린 물이 샹들리에처럼 얼어붙어 또 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은하수교에서 바라본 한탄강 최고의 비경인 송대소의 모습. 송대소 앞으로 부교를 놓아 거대한 적벽을 사이에 두고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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