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관상동맥을 뚫는 전문적인 치료도 물론 중요했지만 한 젊은 여성의 미래와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발생 직후 골든 타임 내에 응급 처치가 이
|
신체를 살리기 위한 응급처치가 심폐소생술이라면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마음을 다친 사람들에 대한 응급 처치법도 있다. 심리적 응급처치, Psychological First Aid의 약자로 흔히 PFA로 부르는데, PFA는 재난이나 사건 사고 등 충격을 겪은 직후부터 수일 이내의 시기에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도울 때의 기본 방침으로 전문가만이 아닌 교육을 받은 누구나 주변의 사람들 또는 자기자신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많은 국제 기관들이 PFA를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효과적인 개입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건사고가 다양해지고 정신건강이 신체건강 만큼이나 중요해 진 지금, PFA는 많은 사람의 정신적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심폐소생술만큼이나 관심을 가지고 보급해야 하는 대처방법이다.
PFA란 무엇인가? 신체에 작은 상처가 생겼을 때 경우 응급처치 만으로도 통증이 줄어들고 새살이 돋으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거나 큰 부상이더라도 응급처치가 잘 되면 생존과 회복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정신적인 충격이 있을 때 신속하게 위험을 제거해 안전을 확보하고 사회적·신체적·정서적 지원을 통해 심신의 안정과 조절감, 연결감을 촉진하여 사람들이 스스로 극복하거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빠르게 도움을 받아 큰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PFA이다.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초기의 개인과 집단을 돕는 현장 실무자들은 PFA의 핵심 행동원칙인 “보고, 듣고, 연결하기”에 따라 활동한다.
PFA의 핵심사항을 기억하고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을 찾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내가 비록 돕는 입장에 있더라도 나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내 사정에 맞추는 게 아니라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는 것이다. 힘든 일을 이야기할 것을 재촉하거나 도움을 받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관심을 놓지 않으면서 기다려주면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큰 충격을 겪은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져 간단한 일도 잘 대처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자기 자신도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정리가 안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내미는 손길도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해주려는 목적에서 또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는 생각에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에게 더 상처가 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곧 좋아질 것 이다’, ‘힘내야 된다’, ‘더 힘든 사람도 있는데 그 정도라 다행이다’ 와 같은 막연한 위로나 ‘그때 이랬어야지, 그러지 말았어야지’ 등의 현재 상황에서 의미 없는 조언을 덧붙이는 것이다. 공감해준다는 것은 상대의 입장이나 고통을 내 것처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라는 것을 이해하고 가치판단이나 섣부른 조언 없이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설사 내가 그 사람의 입장에 전부 동의하거나 100%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너는 그렇구나. 그런 상황이라니 정말 힘들겠다.” 라고 공감 해주는 것은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으면서 아픔을 안아줄 수 있는 방법이다. 공감과 존중의 태도는 PFA의 핵심 요소로 몸의 상처를 보호하고 재생을 돕는 연고와 같이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필수품이다.
만일 자신이 이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면 정식적인 PFA 교육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PFA에 대한 이론 교육과 훈련은 보건복지부 국가트라우마센터 등을 통해 자격제한 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제공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확대해 갈 예정이다. 심폐소생술과 같이 PFA도 생명을 살리는 기본 상식으로 자리 잡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