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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미국 월가의 분위기는 썩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잠재적인 치료제로 주목 받던 램데시비르가 긍정적인 효과를 입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치료제가 나오면 경제 재개는 탄력을 받을 게 유력하다. 뒤이어 등장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미국 1분기 성장률 -4.8% 그쳐
2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8%(전기 대비 연율 기준)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8.4%) 이후 가장 낮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4.0%·중간값 기준)를 밑돌았다. 코로나19 여파가 1분기 중 일부(지난달 이후)만 반영됐음에도 예상보다 큰 폭의 경기침체가 나타난 것이다.
소비 부진이 압도적이었다. 1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7.6%까지 곤두박질 쳤다. 자동차 등의 판매 부진 탓에 내구재소비(-16.1%)가 급감했다. 식품, 레저, 운송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소비(-10.2%) 역시 코로나19의 충격을 받았다. 미국은 GDP의 3분의2 가량이 소비로 이뤄져 있다. 소비가 무너지면 경제가 무너지는 구조다.
2분기 전망은 더 어둡다. 주요 투자은행(IB) 노무라는 “(1분기 실적에는) 실질적인 침체가 반영되지 않아 성장률은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2분기 -41.7%를 제시했다. 바클레이즈(-45.0%), 씨티(-27.7%), 골드만삭스(-34.0%), JP모건(-40.0%), 소시에테제네랄(-30.5%), UBS(-32.0%) 등도 비슷하다.
‘렘데시비르 랠리’ 보인 미국 증시
침체 신호가 분명한데, 이례적으로 시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증시는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532.31포인트(2.21%) 상승한 2만4633.86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57% 뛰어올랐다.
이유가 있다. 경제 침체의 주범인 코로나19 치료제를 둘러싼 성과가 확인돼서다. 미국 시장은 이날 상무부의 GDP 발표보다 미국 제약업체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발표에 더 집중했다. 길리어드 측은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가 렘데시비르를 대상으로 벌인 코로나19 치료제 연구에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온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보건원(NIH) 산하 NIAID는 ‘전염병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이끄는 곳이다. 파우치 소장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렘데시비르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회복에 걸리는 기간이 31%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며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를 치료제로 막을 수 있다는 걸 입증한 것”이라고 했다. 파우치 소장과 함께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파월 “가진 권한의 절대 한계까지”
뒤이어 나타난 연준은 랠리에 힘을 보탰다. 연준은 시장 예상대로 현행 제로금리(0.00~0.25%)를 유지하는 동시에 경기 부양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여러 차원에서 경제를 부양할 수 있다”며 “갖고 있는 권한의 절대 한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요한 만큼 정책을 확장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2분기 경제는 전례 없는 속도로 침체할 것”이라면서도 ‘연준을 믿으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고,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CNBC는 “연준의 스탠스는 시장의 기대보다 강력했다”고 했고, AP통신은 “이례적으로 전면적인 선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