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임원인 여성 A씨와 또 다른 기업의 남성 임원 B씨는 2010년 업무상으로 처음 알게 된 후 지속적으로 사적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메시지에는 성적인 문구가 담긴 내용은 물론, 상대방을 ‘여보’라고 칭하거나 ‘사랑한다’ 등의 내용도 담겨 있었다. B씨가 해외 근무 중이던 당시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다. B씨는 아내 메시지에는 답장을 하지 않으면서 A씨에게만 답장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적 연락을 주고받던 2020년 중순 B씨 배우자 C씨는 남편과 A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일부를 본 후 A씨 존재를 알게 됐다. C씨는 A씨에게 전화를 해 “가만히 안 두겠다”며 거친 욕설을 했다.
그러자 A씨는 느닷없이 다음 날 B씨와 C씨의 자녀 D씨가 다니는 직장에 전화를 걸어 “D씨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날 자신이 욕설을 들었던 사실을 전하며 “당신 엄마 정신병자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불기소처분, 법원은 손해배상 청구 기각 판결을 내렸다. A씨가 D씨에게 말한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로까지 볼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법적 책임을 피해 간 A씨는 오히려 역공을 가했다. 그는 C씨를 협박죄로 고소하는 한편, 법원에 C씨에 대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울러 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장에서 “단순히 업무상 알고 연락한 건데 마치 내연관계가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폭언을 가했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딸인 D씨에게 모친인 C씨를 정신병자로 칭하면서 만나자고까지 한 것은, 타인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례적이고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오히려 A씨를 질타했다.
법원은 다만 “배우자인 B씨와 불륜관계를 맺어온 A씨의 적반하장 태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C씨가 A씨를 상대로 제기한 3100만원 위자료 청구소송 역시 기각했다. ‘부정한 관계’가 아닌 이보다 협소한 의미의 ‘불륜관계’를 전제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 점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법원은 “C씨 주장은 A씨와 B씨가 불륜관계를 가져왔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의심 근거가 될 수 있는 정도만으로 단정해 추론할 수 없다”며 “전제가 입증되지 않으므로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