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마지막 사형집행…사형 선고도 크게 줄었다[그해 오늘]

YS정부, 대선 11일 후 20년 만에 최대규모 사형
'독살' 김선자·'권총살해' 김정수 등 흉악범들
사실상 사형폐지국…사형제 존폐는 여전히 논란
DJ 시작으로 진보·보수 누구도 사형 재개 못해
  • 등록 2022-12-30 오전 12:03:00

    수정 2022-12-30 오전 8:11:4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1997년 12월 30일. 법무부가 흉악범 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같은 달 19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교체를 앞두고 있던 김영삼정부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사형 집행이었다.

전국 여러 교도소에서 교수형으로 사형이 집행된 사형수들은 모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흉악범들이었다. 1986~1988년 사이 도박빚을 이유로 아버지와 동생을 비롯해 5명을 독살한 김선자, 퍽치기 조직을 이끌며 150여차례 강도짓을 하고 2명을 살해한 태규식도 이날 형장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울러 1991년 4월 울산에서 9살 여아를 강간하고 살해한 임풍식, 같은 해 5월 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독살했던 한재숙, 같은 해 6월 경찰 신분으로 원한관계였던 일가족 4명을 권총으로 살해한 김준영도 이날 사형이 집행됐다.

또 1991년 10월 대구 나이트클럽에 불을 질러 16명을 숨지게 한 김정수, 시각장애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차량으로 여의도광장을 질주해 2명을 죽이고 21명을 다치게 한 김용제도 포함됐다. 이밖에도 강간살인범 임상철·유영택·임풍식·강순철, 부산 일대에서 90여 차례 강도강간 범행을 저지른 이상수·전장호 등도 교수형에 처해졌다.

사형 선고도 감소…2016년 임병장이 마지막

이날 사형 집행 인원 23명은 단일 사형 집행 인원으로는 1977년의 28명 이후 최대 규모였다. 첫 문민정부였던 김영삼정부에서 이날 인원을 포함해 총 57명(1994년 15명, 1995년 19명)이 됐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형이 집행된 사형수는 총 902명이 됐다.

1997년 12월 30일 사형 집행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마지막 사형 집행으로 남아있다. 과거 정치적 탄압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대통령이 됐고, 그 이후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어느 정권도 사형 집행을 재개하지 않았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말부터 사형 집행을 10년 이상 하지 않은 국가에게 부여되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선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사형 집행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군사정권에서 정치탄압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대통령 취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다. 그 이후 진보·보수 대통령 누구도 사형 집행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법원에서의 사형 선고도 크게 줄었다. 1990년 36명, 1994년 35명 등 2000년대까지 매년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1심 사형 선고 인원은 2000년 20명, 2001년 12명을 기록한 이후 한자릿수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2010년대 이후로는 급감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총 14명에 불과했다. 1심에서 사형 선고가 내려졌더라도 2심에서 파기 후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사형이 확정된 것은 2014년 6월 발생했던 22보병사단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임도빈이 마지막이었다.

국민 10명 중 7명 “사형제 존치해야”

무기징역의 경우 모범수 등의 이유로 감형이나 가석방이 가능한 상황에서, 사형제는 현실에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처럼 운영되고 있다. 잔혹한 살인 범죄에 대해서도 교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판단한 경우엔 사형 선고가 내려지지 않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판사들도 사형제가 존치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형이란 형벌이 집행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형벌을 내리는 것에 더 엄격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 됐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사형제 존폐’는 뜨거운 감자다.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사형제 폐지를 통해 ‘사형 폐지국’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흉악범죄를 우려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앞서 두 차례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소는 현재 세 번째 헌법소원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사형제 폐지 반대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사형제를 존치하는 것만으로 그 나라가 후진적이거나 야만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형은 야만적 복수가 아니라 오히려 정의에 합치된다”고 주장했다.

국민 여론도 사형제 존치에 찬성이 더 많다. 올해 7월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69%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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