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재수 "억대빚 갚으며 '음치' 이미지 잊히길 기다렸죠"[인터뷰]

2000년대 초 '서태지 패러디' 등으로 화제
사기 피해로 신용불량자 생활…아픔 딛고 컴백
친동생과 뉴트로 음악 밴드 '저지브라더' 결성
트롯 듀오 '누나둘' 제작자로도 새 도전
  • 등록 2023-08-21 오전 6:00:00

    수정 2023-08-21 오전 6:00:00

이재수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혹시 저를 기억하십니까?”. 이재수가 연예계로 돌아왔다. 2000년대 초 ‘패러디 가수’이자 ‘음치 가수’로 불리며 숱한 화제를 뿌렸던 그 이재수 얘기가 맞다. 이재수는 최근 KBS 1TV ‘아침마당’의 인기 코너 ‘도전! 꿈의 무대’에 깜짝 등장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낸 이재수는 다시 대중 앞에 서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음치’처럼 노래하다 보니 성대가 망가지고, 사기 피해를 당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길었던 공백기 동안 겪은 아픈 사연이 많았다고 했다.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자 이재수와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재수는 “지상파 TV 프로그램 출연은 2008년 ‘체험 삶의 현장’에 출연했을 때 이후 15년여 만이었다보니 감회가 새로웠다”면서 “그동안 내가 헛된 시간을 보낸 건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억대 빚을 갚으며 ‘음치’ 이미지가 잊히길 기다렸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꿈을 펼쳐나가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뒤 지난 시간에 대한 얘기를 덤덤히 털어놨다.

이재수는 2000년 배칠수가 진행하던 인터넷방송 ‘배칠수의 음악텐트’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은 것을 계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이재수는 스콜피언스의 ‘스틸 러빙 유’(Still Loving You), 스틸하트의 ‘쉬즈 곤’(She’s Gone) 등을 일부러 찢어지는 목소리와 엉터리 음정·박자로 불러 폭소를 유발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처음엔 ‘쟤 싸이코 아니야?’라고 하는 분이 많았지만 점차 인기가 높아졌고, 당대 최고 음반 제작자였던 김창환 작곡가님의 눈에도 띄어 정식 음반도 내게 됐어요. 나중에 여쭤보니 인터넷상에서 뜬 애가 지상파 방송에서도 먹히는지 궁금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요즘으로 치면 제가 그 시절의 유튜브 스타였던 거죠.”

이재수
이재수는 이듬해 김창환 작곡가와 손잡고 가요 히트곡들을 패러디한 곡들로 채운 첫 정식 앨범을 발매하며 존재감을 더 키우려 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Come Back Home)을 패러디한 타이틀곡이 논란에 휘말리면서 야심차게 낸 앨범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서태지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자신의 동의없이 ‘컴백홈’을 패러디한 이재수의 음반을 사후 승인한 것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그야말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해당 사건 이후 이재수는 ‘음치’ 콘셉트를 내려두고 직접 작곡한 록 장르 곡들로 채운 이재수 밴드의 앨범 ‘노멀 맨’(Normal Man)을 선보이기도 했으나 이전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후 이재수는 같이 사업을 해보자며 접근한 이에게 명의를 빌려줬다가 큰 빚을 지게 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유통사업으로 시작해서 나중엔 엔터사업 쪽으로도 판을 벌려보자고 했던 사람이 제 명의로 신용카드를 만들고 대출까지 받는 바람에 억대 빚을 지게 된 거예요. 결국엔 집과 차를 다 날리고 신용불량자가 됐죠. 그런 데다가 수년간 ‘음치’처럼 노래하느라 성대가 망가져 있었다 보니 우울증까지 찾아오더라고요.”

이재수는 빚을 갚기 위해 대리운전, 호프집 서빙 등을 비롯한 여러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 이재수는 “5년여 동안은 음악에서 아예 손을 떼고 가족 모두가 닥치는 대로 일만 했다. 출연료 5만원만 받고 공연을 한 적도 있다”고 돌아봤다.

“잘 나갈 땐 행사 출연료로 회당 7~800만원씩 받곤 했다보니 봉투에 든 5만원을 보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하더라고요. 그땐 우울증이 더 심해질까 봐 TV를 아예 안 보고 살았어요. 친한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기에 있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드니까.”

저지 브라더
이재수는 빚을 갚아나가면서 조금씩 활동의 기지개를 켰다. 2009년에는 나홍진 감독의 영화 ‘추격자’를 패러디한 인터넷TV 시리즈물 ‘추경자’를 연출해 선보였다. 이재수는 “나홍진 감독과 원래 친분이 있다. 항상 곁에서 응원해주는 동생”이라며 “‘추경자’를 보더니 ‘진짜 재미 없다’면서도 ‘형, 나중에 내 영화 다 패러리해!’라면서 응원해줘서 참 고마웠다”고 말했다.

‘추경자’를 선보일 때쯤 친동생이자 작곡가인 이승주와 그룹 저지 브라더(Jersey Brother)를 결성해 음악 활동도 재개했다. 이재수는 “‘노래 못하는 가수’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제 이름을 팀명에 넣지 않은 채 ‘조용히’ 음악을 만들어왔다”고 강조했다.

“방송 출연 제남들은 유명해지려고 계속 방송에 나오고 싶어 할 텐데 전 오히려 잊히길 기다렸어요. 그래서 방송 출연 제안을 고사하면서 음악을 쌓아두는 데 집중했죠. 굳이 자랑할 콘텐츠 없이 방송에 나가서 짠하게 사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 않기도 했고요.”

이재수는 2015년 신용 분량의 늪에서 빠져나왔다고 했다. 그는 “제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가 다시 나왔을 때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고 회상한 뒤 “사실 그 이후 발리로 이민을 가려고도 했었다”는 비화를 꺼냈다.

“아픈 기억이 많다 보니 발리로 떠나 해변가에 조그마한 라이브 카페를 지어서 음악하고 공연하면서 지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렇게 다시 꿈을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아나갔는데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계획이 틀어지게 된 거죠.”

저지 브라더
이재수는 현재 거주지이기도 한 파주에서 라이브 카페를 운영 중이다. 그는 “발리에 있어야 할 라이브 카페가 파주에 생긴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지난해부턴 트롯 듀오 누나둘(빛나, 미경)의 제작자로도 나섰다. 이재수는 “인생 계획을 다시 세우게 된 뒤 제작자로도 나서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면서 “누나둘 멤버 친구들이 평생 먹고살 수 있을 만큼 인기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누나둘의 매니저’로 여러 방송국을 다니고 있는데, 아직 PD님이나 작가님들 중에선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계셔서 종종 섭외 제안을 받고 있어요. ‘저지 브라더 음악 음악 좋더라’고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앞으로는 방송 출연 기회가 생기면 예전처럼 고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행해보려고 해요. 저지 브라더와 누나둘의 음악을 열심히 알려봐야죠.”

“아마 ‘Z세대’들은 제가 ‘음치 가수’였다는 걸 모르지 않을까요. 하하.” 이재수는 인터뷰 말미에 이 같이 말하며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저지 브라더를 “1980~90년대 유행한 전자 음악과 신스팝 사운드를 추구하는 뉴트로 감성 밴드”라고 소개하면서 “쌓아놓은 작업물도 많고, 퀄리티도 자신 있다. 많은 분이 편견 없이 음악을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패러디 콘텐츠 제작에 대한 열정도 아직 식지 않았단다. 이재수는 “여전히 패러디를 사랑한다”면서 “머지않아 구상 중인 패러디 콘텐츠로도 인사드릴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박결, 손 무슨 일?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한라장사의 포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