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빠를까? 직선 주로를 반쯤 지날 때 속도계를 힐끗 쳐다봤다. 하지만 바늘이 움직이지 않았다. 엔진 rpm(분당 회전수)이 중요하지 속도계는 아무 쓸모가 없어 일부러 '죽여 놓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태백 경기장에선 최고 시속 250㎞쯤 나온다는 얘기도 나중에 들었다.
국내 최고의 자동차 경주 대회 'CJ 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개막전이 10일 강원도 태백 레이싱 파크에서 열렸다. '슈퍼3800클래스' 결선 경기를 앞두고 이 종목에 출전하는 조항우(인디고레이싱)의 경주용 차에 동승할 기회를 잡았다. 올 시즌 처음 선보인 슈퍼3800클래스는 똑같은 사양의 자동차(배기량 3800㏄ 제네시스 쿠페)로 순위를 가리는 레이스다. 자동차 겉모습은 뒤쪽에 달린 커다란 날개만 빼면 일반 차량과 똑같았다.
임시로 만든 조수석에 앉으니 강철 파이프로 운전석 주변을 둘러놓은 게 보였다. '설마 뒤집히진 않겠지'라는 생각을 할 때쯤 차는 이미 직선 주로를 지나쳐 오른쪽으로 180도 꺾어지는 첫 코너에 진입했다. 운전대를 잡은 조항우의 오른손과 두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브레이크를 밟는 동시에 5단에 놓여 있던 기어가 4단, 3단을 거쳐 눈 깜짝할 사이에 2단까지 내려왔다. 급격한 제동에 앞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몸이 안전벨트에 걸렸다. '헉' 하고 숨이 막히더니 기자의 몸은 드라이버의 핸들 조작에 따라 대책 없이 흔들렸다. 홱홱 돌아가는 목을 가누느라 어깨에 잔뜩 힘을 줬다. 안전벨트로 조여 맨 양쪽 어깨는 2.5㎞ 트랙을 딱 두 바퀴 돌고 나니 심하게 두들겨 맞은 듯 뻐근했다.
슈퍼3800 결선레이스는 19명이 출전해 트랙 25바퀴를 돌았다. 정연일(킥스파오)이 26분31초127로 안재모(넥센알스타즈·26분31초961)를 제치고 우승했다. 기자를 태워줬던 조항우는 5위를 했다. 800여명의 일본 아줌마 응원부대를 몰고 온 탤런트 류시원(EXR팀106)은 7위였다. 한편 올해부터 외관을 '캐딜락CTS'로 바꾼 슈퍼6000클래스에선 김의수(CJ레이싱·28분31초443)가 우승컵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