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트랙 딱 두바퀴 도니 온몸 흠씬 맞은듯"

겉보기엔 일반차 비슷한데… '슈퍼 3800클래스' 경주용 차 직접 타보니

국내최고 자동차 경주대회 CJ오 슈퍼레이스 태백서 개막

시속 250㎞, 코너링땐 급제동 좌우로 격렬하게 몸 흔들려
  • 등록 2009-05-11 오전 8:06:19

    수정 2009-05-11 오전 8:06:19

[조선일보 제공] 자동차가 스프링처럼 튀어나가자 온몸이 의자 속으로 쑤~욱 빨려 드는 것 같았다. 커다란 헬멧으로 양쪽 귀를 막았지만 찢어질 듯한 엔진 굉음이 머리를 울렸다. 출발 전 '뭐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단하게 조였던 안전벨트가 헐렁하게 느껴졌다. 딱딱한 차체는 지면의 미세한 진동까지 그대로 전달해왔다. 속도제일의 경주용 차는 쿠션 등 승차감을 포기하고 차체를 아주 딱딱하게 만든다. 기자는 떨리는 턱을 바짝 끌어당겼다.

얼마나 빠를까? 직선 주로를 반쯤 지날 때 속도계를 힐끗 쳐다봤다. 하지만 바늘이 움직이지 않았다. 엔진 rpm(분당 회전수)이 중요하지 속도계는 아무 쓸모가 없어 일부러 '죽여 놓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태백 경기장에선 최고 시속 250㎞쯤 나온다는 얘기도 나중에 들었다.

국내 최고의 자동차 경주 대회 'CJ 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개막전이 10일 강원도 태백 레이싱 파크에서 열렸다. '슈퍼3800클래스' 결선 경기를 앞두고 이 종목에 출전하는 조항우(인디고레이싱)의 경주용 차에 동승할 기회를 잡았다. 올 시즌 처음 선보인 슈퍼3800클래스는 똑같은 사양의 자동차(배기량 3800㏄ 제네시스 쿠페)로 순위를 가리는 레이스다. 자동차 겉모습은 뒤쪽에 달린 커다란 날개만 빼면 일반 차량과 똑같았다.

차에 오르기 전 '내가 고속도로에서 과속하는 것과 비슷하겠지 뭐'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외관과 최고 출력 7000rpm, 303마력 정도라는 엔진 사양 때문이었다. 지난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직접 본 F1(포뮬러원) 머신(1만8000rpm·750마력)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년 슈퍼6000클래스(배기량 6000㏄급 경주) 챔피언인 조항우에게 "인정사정 봐주지 말고 세게 달려 달라"고 주문을 했다.

임시로 만든 조수석에 앉으니 강철 파이프로 운전석 주변을 둘러놓은 게 보였다. '설마 뒤집히진 않겠지'라는 생각을 할 때쯤 차는 이미 직선 주로를 지나쳐 오른쪽으로 180도 꺾어지는 첫 코너에 진입했다. 운전대를 잡은 조항우의 오른손과 두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브레이크를 밟는 동시에 5단에 놓여 있던 기어가 4단, 3단을 거쳐 눈 깜짝할 사이에 2단까지 내려왔다. 급격한 제동에 앞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몸이 안전벨트에 걸렸다. '헉' 하고 숨이 막히더니 기자의 몸은 드라이버의 핸들 조작에 따라 대책 없이 흔들렸다. 홱홱 돌아가는 목을 가누느라 어깨에 잔뜩 힘을 줬다. 안전벨트로 조여 맨 양쪽 어깨는 2.5㎞ 트랙을 딱 두 바퀴 돌고 나니 심하게 두들겨 맞은 듯 뻐근했다.

얕잡아 보고 조수석에 올랐던 것을 후회하며 헬멧을 벗는 기자에게 인디고레이싱 박상규 감독은 "몸으로 직접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포뮬러 경주차보다는 훨씬 편안했을 것"이라고 했다.

슈퍼3800 결선레이스는 19명이 출전해 트랙 25바퀴를 돌았다. 정연일(킥스파오)이 26분31초127로 안재모(넥센알스타즈·26분31초961)를 제치고 우승했다. 기자를 태워줬던 조항우는 5위를 했다. 800여명의 일본 아줌마 응원부대를 몰고 온 탤런트 류시원(EXR팀106)은 7위였다. 한편 올해부터 외관을 '캐딜락CTS'로 바꾼 슈퍼6000클래스에선 김의수(CJ레이싱·28분31초443)가 우승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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