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전력공사(한전) 종목토론방에는 소액주주들이 올린 이런 내용의 푸념하는 글이 적잖이 보인다. 3분기 전기요금 동결에 이어 4분기 역시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한 정치권의 외풍에 요금 인상불가론이 대두하면서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적자를 떠안은 한전의 경영난 해소를 낙관할 수 없어 주주입장에선 답답할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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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요금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최근 한덕수 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각각 “요금인상, 불편하지만 가야할 길” “소폭 조정”발언을 하며 다시 인상에 무게를 둔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다. 다만 당정은 서민부담과 물가관리 등 전체 경제상황을 두루살핀 후 판단한다는 기조 아래 한전에 자구노력을 더 강요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이번 국감에서도 지적됐듯이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의 부실·방만경영을 타개할 재정건전화와 내부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한전은 지난해 자구책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발전자회사를 포함한 총 25조7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 계획을 수립했고 지난 8월기준 자산매각, 사업조정 등을 통해 9억4000억원의 재무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본사조직 축소 △사업조 조직 거점화 △정원감축에 따른 초과현원 조기 해소 △희망퇴직 시행 등 조직·인력의 효율화를 추가 자구책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김 사장은 취임 첫날부터 “절체절명의 위기”, “결단이 필요하다” 등 비장한 단어를 써가며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요금 인상을 위한 포석으로 “제2의 창사에 임한다는 각오로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추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김 사장은 “노조위원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전기요금 인상을 확실히 약속한다면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이 협상 테이블서 구조조정이라는 선행조건을 만족해도 요금 인상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한 기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자구노력은 한전 사장이 최일선에서 뛸 일이지만 ‘선 구조조정 후 요금인상’ 기조를 내세운 당정도 힘을 보태야 한다. 전기요금의 필요성만 강조하고 멀찌감치서 한전의 자구책만 기다린다면 노조는 물론 국민도 당정의 진정성을 믿을 길이 없다. 자구책이 결국 ‘내년 총선을 위한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야당에선 벌써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