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개혁 後요금인상’ 못 믿는다는 한전노조[현장에서]

  • 등록 2023-10-22 오전 6:00:00

    수정 2023-10-22 오전 6:00:00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한전에 죄가 있다면 당정이 시킨 대로 한 죄이냐.”

요즘 한국전력공사(한전) 종목토론방에는 소액주주들이 올린 이런 내용의 푸념하는 글이 적잖이 보인다. 3분기 전기요금 동결에 이어 4분기 역시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한 정치권의 외풍에 요금 인상불가론이 대두하면서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적자를 떠안은 한전의 경영난 해소를 낙관할 수 없어 주주입장에선 답답할 만도 하다.

한국전력공사 김동철 사장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전은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21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보이며 올해 6월말 기준 201조4000억원의 부채가 쌓였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로 적립금이 줄면서 내년부턴 한전채 발행 한도마저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연료가격 상승에 동절기를 앞두고 다시 ‘역마진 구조’에 빠지면 빚으로 돌려막기도 어려운 처지다. 그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절실하다.

정부도 요금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최근 한덕수 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각각 “요금인상, 불편하지만 가야할 길” “소폭 조정”발언을 하며 다시 인상에 무게를 둔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다. 다만 당정은 서민부담과 물가관리 등 전체 경제상황을 두루살핀 후 판단한다는 기조 아래 한전에 자구노력을 더 강요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이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부에 이은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을 피감기관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전의 추가적인 재정 건전화를 강조했고 주무부처인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요금 인상의 선행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번 국감에서도 지적됐듯이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의 부실·방만경영을 타개할 재정건전화와 내부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한전은 지난해 자구책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발전자회사를 포함한 총 25조7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 계획을 수립했고 지난 8월기준 자산매각, 사업조정 등을 통해 9억4000억원의 재무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본사조직 축소 △사업조 조직 거점화 △정원감축에 따른 초과현원 조기 해소 △희망퇴직 시행 등 조직·인력의 효율화를 추가 자구책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김 사장은 취임 첫날부터 “절체절명의 위기”, “결단이 필요하다” 등 비장한 단어를 써가며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요금 인상을 위한 포석으로 “제2의 창사에 임한다는 각오로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추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마른 수건 짜내듯’ 마련한 자구책을, 정부가 사실상 퇴짜 놓으면서 한전은 최종 자구책을 또 고심하고 있다. 더욱이 인적쇄신안은 노조 동의가 필요한데 협상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김 사장은 “노조위원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전기요금 인상을 확실히 약속한다면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이 협상 테이블서 구조조정이라는 선행조건을 만족해도 요금 인상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한 기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자구노력은 한전 사장이 최일선에서 뛸 일이지만 ‘선 구조조정 후 요금인상’ 기조를 내세운 당정도 힘을 보태야 한다. 전기요금의 필요성만 강조하고 멀찌감치서 한전의 자구책만 기다린다면 노조는 물론 국민도 당정의 진정성을 믿을 길이 없다. 자구책이 결국 ‘내년 총선을 위한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야당에선 벌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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