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68세에 에베레스트 도전

조광현 해군 UDT/SEAL전우회 명예회장
"세계 7대륙 최고봉 다 올라야지요"
"어렵고 힘든 것을 즐깁니다"
  • 등록 2007-03-09 오후 12:16:00

    수정 2007-03-09 오후 2:29:09

▲ 조광현씨
[이데일리 박동석기자] “베이스 캠프, 여기는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

얼마나 외치고 싶었던 한 마디인가. `여기는 정상`을 외치기 위해 그는 이를 악물고 고된 훈련을 감내해 왔다. 가슴이 벅차 오른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그는 정상에서 발아래 광활하게 펼쳐진 티벳 고원과 히말라야 8,000m급 14좌의 위용을 둘러보며 감격을 주체하지 못 한 채 외친다.


"여보! 얘 들아! 아빠가 해냈어"

조광현씨가 매일같이 그려온 에베레스트 등정의 순간이다. 그는 놀랍게도 혈기 왕성한 젊은이가 아니다. 올해 나이 68세. 칠순이 내일모레다.
 
그의 꿈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있다. 그는 며칠 후 60세 이상 대원으로만 구성된 실버(Silver)원정대의 일원으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한다.
 
그가 정상에 오르면 한국에서는 에베레스트에 오른 최고령 등정자로 기록된다. 세계적으로도 지난 2006년 등정에 성공한 일본인 아라야마 다키오씨에 이어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등정자 반열에 끼게 된다.
 
아라야마 다키오씨는 70세 7개월에 에베레스트에 올랐으니 그래봐야 겨우 2년차이다.
 
한국인 가운데는 지난 2004년 47세인 천병태씨가 정상에 오른 것이 최고령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를 올랐었습니다. 내친 김에 세계 7대륙 최고봉에 다 오를 생각입니다.”

그의 꿈은 에베레스트가 끝이 아니다. 한창 때의 나이도 힘든 7대륙 최고봉을 빠짐없이 오르는 게 목표다.

◇ "어렵고 힘든 것을 즐긴다"

전문 등산가도 아닌 그가 어떻게 에베레스트를 꿈꾸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 때문이었다.

지난 2006년 3월이었다. 세계적으로도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한 해군 특수전 부대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 수중파괴)출신인 그는 후배들 두명과 함께 킬리만자로를 등정했다. 과천 율목산악회원이기도 한 그가 킬리만자로에 간 것도 처음에는 ‘좀 더 높은 곳에 가보자’는 평범한 이유였었다.
 
그런데 킬리만자로를 오르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뭔가 뜨거운 불덩이가 치밀어오르는 것이었다. 킬리만자로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은 갈망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산악회가 1947년 4월 30일 이전 출생자로 대원을 제한한 에베레스트 실버원정대를 모집한다는 신문기사를 본 것이었다.

“하늘이 주신 기회라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망설이지 않고 한걸음에 대원신청을 하고 선발테스트에 참여했다. 그리고 50명이 넘게 몰린 희망자 가운데 엄격한 체력훈련과 고소적은 능력, 산행능력 시험을 거뜬하게 통과해 2007년 7명으로 압축된 최종멤버에 당당하게 합격했다.
 
그를 비롯해 평균 나이가 68세에 달하는 실버원정대 최종대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20㎏이나 나가는 배낭을 메고 경기도 북부의 한북정맥을 4박5일간 종주하는 가 하면 지리산, 설악산 죽음의 계곡, 한라산을 오가며 그야말로 지옥훈련을 견뎌냈다.
 
전문 산악인도 아니면서 한 겨울 캄캄하고 추운 새벽에 크램폰(얼음벽을 오르기 위해 등산화밑에 착용하는 톱니 모양의 등산용구)을 차고 눈덮힌 북한산 인수봉을 올랐고, 날밤으로 서울 북부 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을 종주하는 불수도북 산행도 이겨냈다.
 
지난해11월에는 24박25일 일정으로 해발 6,189m의 네팔 임자체(아일랜드 피크)에서 고소 적응훈련을 받기도 했다.
▲ 지난해 11월 고소적응훈련을 위해 에베레스트가 있는 네팔 히말라야 쿰부지역을 찾은 조광현씨가 훈련도중 임자체(아일랜드 피크)를 배경으로 UDT/SEAL전후회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물 4ℓ를 포함해 25㎏이나 나가는 배낭을 메고 5일동안 하루 14시간씩 산행한 한북정맥 훈련이 가장 힘들더군요. 그 때 누군가 말벌통을 잘못 건드려 15방 이상이나 쏘였는데 설상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말벌 폭탄의 충격을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밀어냈다. 보통사람들 같으면 그 정도로 심하게 말벌에 쏘이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실버 정예 원정대원들의 체력은 이렇게 젊은 전문 산악인 보다도 강인하다. 실버원정대 부단장을 맡고 있는 김종호 고대산악회 회장은 “산행 지원을 나온 젊은 대원들이 `제발 좀 천천히 가자`고 애원할 정도로 실버 원정대원들의 체력은 엄청나다”고 혀를 내둘렀다.

◇ "60세까지가 인생 1모작"

조광현씨가 모진 훈련을 이겨내고 에베레스트 등반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모험없는 삶은 무의미하다’는 모험정신과 UDT시절부터 몸에 밴 철저한 체력관리 덕분이다. 젊은 시절 누구나 두려워하는 UDT도 ‘한계에 도전해 보자’고 자진해 입대한 그다.

그는 70세까지는 현역 UDT대원 체력의 기본 조건을 유지할 생각이다. 이 조건은 턱걸이 15개 이상, 윗몸 일으키기 60회(1분), 팔굽혀펴기(일명 풋샵) 60회, 달리기 1㎞ 4분에 주파, 2분동안 숨참기 등이다.

그는 10여전전 위암으로 위 3분의2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도 UDT 체력 기본 조건을 별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 그 놀라운 집념과 강철 같은 체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건강하게 살아야 인생 2모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꾸준하게 운동을 한 덕분이지요”

군생활 30년후 지난 89년 대령으로 예편한 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수중안전협회 회장 일을 6년동안 한 후 65세 때인 지난 2004년에야 사회생활을 끝낸 조광현씨는 “인생은 60까지가 1모작이고 이후 100세까지가 2모작인 시대가 이미 왔다”라고 강조한다.

나름대로 `인생은 2모작`이라는 설계가 있었기에 건강 유지도 가능했을 터다. 그는 나머지 인생인 2모작 기간을 되도록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낼 생각이다.
 
에베레스트의 기회를 잡았으니 나머지 5대륙 최고봉도 차근차근 밟을 계획이다. 날씨, 강풍, 눈사태등 고산 등반에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변수가 너무도 많으니 목표 달성을 장담할 순 없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왔듯이 겸손한 마음으로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수십년 동안 공을 들여 길러낸 건강은 제2의 인생을 버텨줄 소중한 자산이다.
오랜 군 생활에 남들만큼 큰 돈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그의 제 2 인생은 보석 같은 건강이 있기에 더없이 뿌듯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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