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직구토크]'등골 브레이커' 자녀에서 벗어나라

명문 사립학교 포기,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
현재 수준의 80%를 목표로 노후를 준비하라
  • 등록 2013-12-07 오전 6:00:00

    수정 2013-12-07 오전 6:00:0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국내 은퇴설계 업계 대부로 통하는 강창희 미래와금융 연구포럼 대표는 몇 해 전 손녀의 명문 초등학교 입학을 극구 만류했다. 당연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응시한 명문 초등학교에 덜컥 입학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

강 대표는 “고민하는 딸을 보면서 가만히 두면 명문 초등학교에 입학할 것 같았다”며 “밤새 장문의 편지를 써서 간신히 입학을 포기 시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딸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했던 점은 “100세 시대에 남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줘야 한다”는 것.

명문 초등학교는 비단 학비의 문제가 아니었다. 부유층 자녀들의 생활수준에 맞추지 못해 받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 뻔했다. 강 대표는 “최근에 딸에게 그때 명문 초등학교 입학을 말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며 “입학을 포기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요즘 유행하는 말이 ‘은퇴 설계’다. 금융권이 앞다퉈 은계설계연구소를 설립하고, 전문가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하루하루 먹고 살기 빠듯한 서민들에게 노후 설계는 가능한 것일까. 만약 가능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번 주 이데일리 ‘직구 토크’의 주제는 행복한 은퇴 설계다. 이번 토크를 위해 내로라하는 은퇴설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은퇴 설계의 가장 중요한 리스크는 ‘자녀 리스크’와 ‘부부 리스크’라고 강조한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 압구정 모처에 모인 강창희 미래와금융 연구포럼 대표, 신기섭 IBK퇴직설계연구소 부소장, 윤혜신 KB국민은행 WM사업부 과장 등과의 난상토론을 공개한다.

강창희 미래와금융 연구포럼 대표
공부 잘하는 자녀가 더 골치 아프다

▶성선화 기자(이하 성)=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은퇴 문제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막상 노후 준비를 생각하면 너무 막막하다.

▶강창희 미래와금융 연구포럼 대표(이하 강)=행복한 노후 설계를 위해 5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그중에서 가장 큰 리스크가 바로 자녀 리스크다. 한국 부모들은 아직까지도 자녀들을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독립시키는데 익숙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자녀 리스크가 가장 크다고 본다. 아들과 딸을 모두 출가 시켰지만 손자들이 와서 손을 벌린다면 외면하고 도와주지 않을 자신이 없다. 강연회에서도 자녀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신기섭 IBK퇴직설계연구소 부소장(이하 신)=전적으로 동감한다.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 두 자녀가 있다. 아직까지 경제교육을 시키지는 않지만, 절대로 공부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대신 “꿈이 뭐냐”고 자주 물어본다.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만큼만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이 평생 할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고학자가 되고 싶다는 첫 째에게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공부를 아주 많이 잘해야 한다고 현실적인 얘기를 해준다. 반면 요리사가 꿈인 둘째에게는 예전보다 요리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해준다.

▶강=요즘은 공부 잘 하는 자녀가 더 큰 걱정거리다. 주변에서 본 실제 사례다. 모 대기업에 국제 비즈니스 부서가 새로 생겨서 해외 대학 출신의 고액 연봉 인재들을 스카우트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 사이클이 짧다보니 4년 만에 부서가 해체됐다. 문제는 이런 고액 연봉자들은 잘리고 나면 마땅히 갈 데가 없다는 것이다. 4년 동안 받은 고액 연봉이 오히려 화가 된다. 그동안 호텔 피트니스 회원권에, 가정부에, 고액 과외에, 쓰는 씀씀이만 크고 저축은 없다는 게 문제다. 생활수준은 높은데 버는 돈은 없으니 부모에게 손을 벌리게 된다. 이런 자녀들이 전형적인 ‘등골 브레이커’가 된다.

▶신=맞는 얘기다. 오히려 공부 잘하는 자식들을 도와주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20~30대 젊은 사람들에게 은퇴 설계를 위해 해주고 싶은 두 가지 충고가 있다. 자녀와 집의 포기다. 첫째, 자식을 포기해야 한다. 부모가 되더라도 자식에게 올인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자식들이 해달라는 것을 정에 끌려서 다 해주면 둘 다 망하는 지름길이다. 그 다음으로 주택도 포기해야 한다. 잦은 이사가 싫어서 내 집이 있어야 한다면 자기 형편에 맞게 살면 된다. 꼭 강남에서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강=얼마 전에 만난 재미 교포 변호사는 10년 전 대학 학자금 융자를 지금도 갚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그랬듯이 자기 자식에게도 똑같이 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주는 교육을 시키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도 급속히 변하는 추세다.

황혼이혼은 노후 빈곤의 지름길

▶성=생각했던 것보다 자녀 리스크가 상당히 심각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황혼이혼이 신혼이혼을 앞질렀다. 부부리스크도 자녀 리스크 못지않게 큰 것 같다.

▶강=남편의 은퇴가 노후 부부 갈등의 시발점이 된다. 은퇴를 하고 할 일이 없어진 남편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부부 싸움이 잦아진다. 그동안 여성들이 가정에서 자기만의 성을 쌓아왔는데, 남편이 집에 있으면 불편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은퇴를 하더라도 일정하게 출근할 곳을 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지인 중에 한 분은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을 한다. 오전에 도서관으로 가 책을 좀 잃고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 때 집으로 와 부인과 같이 식사를 하고 또 도서관으로 간다. 저녁 때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요즘에는 우리나라 도서관 시설이 잘 돼 있기 때문에 돈을 적게 들이고 얼마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윤혜신 KB국민은행 WM사업부 과장(이하 윤)=은퇴 이후에 소일거리를 찾아야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다. 국민은행 골든라이프에서는 다양한 무료 강의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 무료지만 강연회 내용이 상당히 알차다. 요즘에는 잘만 찾아보면 얼마든지 무료 강연회 등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많다. 적극적으로 할 일을 찾아서 생활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냥 집에서만 지내다 보면 무기력해지고 부부 갈등도 깊어진다.

▶신=은퇴 이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몇 해 전 아이의 초등학교를 찾았다가 한 아이가 아버지의 직업란에 ‘등산’이라고 쓴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 이후 보다 절실하게 은퇴 이후에 할 수 있는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내와 함께 은퇴 이후에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 이를 위해 매일 밤 50분씩 집 앞을 산책하고 있다. 아내와 매일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화할 시간도 많아지고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아직까지 숙제를 같이 해결해 나가는 중이지만, 조만간 곧 찾게 될 것 같다.

▶강=40대 이후 부부는 대화하는 습관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부부가 자녀 교육에 대한 공공의 인식을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아내 주도로 자녀 교육이 이뤄져왔다. 어쩌다 한번 남편이 거들게 되면 대화가 되지 않고 가정불화가 생긴다. 처음부터 부부가 공동으로 의논하고 결정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은퇴 설계 강연회를 위해 주말에 귀농 학교에 가보면 대부분이 남자들 밖에 없다. 부인은 왜 오지 않느냐고 물으면, 부인들이 “혼자 갔다 오라”고 했다고 한다. 부부가 대화하는 습관이 들지 않은 탓이다.

▶윤=은퇴 이후에 부부가 많이 할 수 있는 일도 중요하지만,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남녀의 평균 수명이 달라 한 쪽이 먼저 세상을 떠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서로 갈라서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강=은퇴 이후 할 일을 제대로 찾은 모범사례를 소개하자면 모 공기업에 다녔던 지인이 있다. 그는 현재 전문 조사역으로 일하며 한 달에 2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전문 조사역이 하는 일은 리서치 업체가 의뢰하는 설문조사를 돌리는 것인데, 사회생활 경험도 많고 근성도 있다 보니 젊은 친구들도 못하는 일들을 척척 해낸다. 본인이 즐겁고 잘할 수 있는 제2의 직업을 미리부터 준비해둬야 한다.

50대는 가계 부채부터 해결해야

▶성=은퇴 설계가 주제인데 구체적인 돈 얘기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추상적인 얘기보다는 구체적인 재테크 팁 같은 게 있나.

▶강=50대는 가계 부채부터 해결해야 한다. 고가의 골프 회원권, 대형 평형의 부동산 등은 처분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현재 전체 자산 중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으로 묶여있지만, 워낙 고가에 매입한 터라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금융자산의 60%는 주식형 펀드에, 나머지 40%는 채권형 펀드에 투자했다.

▶신=개인적으로 가장 큰 은퇴 재테크는 이직이었다. 원래 다니던 직장은 연봉은 높았지만 고용이 불안정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55세까지 고용이 보장됐다. 40세에 연봉 2000만원을 깎이고 기업은행으로 왔는데, 당시 다들 의아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자신한다. 연봉 2000만원을 깎인 것은 상당히 큰 손해지만 둘째 아이 대학 등록금을 생각하면 정년이 보장 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기업은행의 최고령 신입사원의 기록을 가지고 있고, 5년이 지난 지금에야 예전 직장 수준의 연봉을 회복했다.

▶윤=먼저 노후에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알아야 한다. 요즘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들이 잘 돼 있다. 스스로 각자 필요한 노후 자금을 계산해 보면 은퇴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신=전적으로 공감한다. 필요한 노후 자금을 직접 계산해보고 난 뒤 개인연금 월 저축액을 70만원 추가로 넣기로 했다. 기존에 붓던 개인연금에 한 달에 70만원씩을 더 넣기로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노후 자금 수준을 현재의 80% 수준으로 높게 잡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50% 정도로 잡는데 이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은퇴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생활을 영위하는 게 목표다.

▶강=노후 준비는 돈의 액수가 중요하지 않다. 100억원을 모았다고 노후 준비가 되는 게 아니다. 두 가지 결심이 필요하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할 수 있는 소일거리, 어떤 상황에도 맞춰 살 수 있는 각오다. 일반적으로 노후 생활을 위해선 ‘10억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이런 게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스트레스다. 상황에 맞춰서 사는 방법을 배워야한다. 인생에서도 ‘출구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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