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에게 박형식은 처음이다. 차태현, 정재영, 조정석, 송중기, 이종석 등 연상의 배우와 호흡했던 그는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처음으로 연하의 배우와 연기했다. 연기에 집중하면 오빠와 동생이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만 색다르게 다가왔다. 촬영 현장에서 박보영은 박형식을 ‘민혁아’ 혹은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극 중 이름이다.
“형식씨보다 한 살이 많아요. 현장에서 누나가 되는 날이 오는 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쓸데없는 고민이었죠. 형식씨는 구김살이 없는 사람이에요. 친화력이 좋아서 촬영장에 에너지를 불어넣었죠. 예전에는 제가 했던 역할이었는데 이번에는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했어요.”
‘힘쎈여자 도봉순’을 애정 있게 본 시청자라면 두 사람이 실제로 연인으로 발전하길 바랄 것이다. 잔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 벚꽃이 흐트러지는 길가에서 선보인 키스신에 많은 이가 가슴 두근거렸다. 소파에 나란히 누워 “나를 좀 봐달라” “사랑해 달라”는 말에 “하고 있다”고 답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0%” 박보영의 말이다. 키스신을 촬영할 때 우리의 기대만큼 로맨틱하진 않았다. 자주 회자되는 벚꽃키스는 꽤 많은 갤러리 앞에서 촬영했다. 인기 있는 드라마의 두 주인공이 벚꽃 아래서 키스신을 찍는다. 봄날을 즐기던 근처의 직장인들에게 이만한 볼거리가 없다. 마주 서서 얼굴을 마주하기만해도 ‘오!’하는 감탄사가 터졌다. 박보영은 “부끄러워 죽을 뻔했다”고 했다.
박보영은 일기를 쓴다. 일상부터 촬영장에서 일어난 일들까지 간단하게나마 기록한다. 박형식과 함께 촬영에 임했던 날들이 남겨졌을 것이다. 키스신을 찍을 당시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어떻게 쓰여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