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집집마다 갈매기살, 곱창이 '지글지글'

강경록의 미식로드, 익선동 고기골목
3호선 종로3가역 6번출구 바로 옆
폭 2m 골목따라 앞뒤좌우로 고기곱는 소리
주인장이 담근 갓김치, 효자 밑반찬
  • 등록 2019-05-31 오전 5:00:00

    수정 2019-05-31 오전 5:00:00

익선동 고기골목_소갈비살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 시내 한복판 빌딩 숲 사이. 가장 오래된 한옥 마을이 있다.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이다. 이 마을은 1920년대 초 우리나라 최초 건설업자라고 할 수 있는 정세권 씨가 지은 대규모 주택단지다. 땅이 넓은 북촌이 과거 서울에 진출한 영·호남 지주들의 한옥 위주라면 익선동은 서민을 위한 작은 한옥이 대부분이다. 한때는 요정들이 붐을 이뤘던 곳이었다. 지금도 악사들이 찾았던 국악사, 여인들의 옷을 짓던 한복집들이 남아있다. 최근에는 독특한 동네 분위기에 반한 젊은이들이 찾아오고 카페와 미술관,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서면서 익선동의 공기도 새롭게 바뀌고 있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그려내고 있는 곳이 바로 ‘익선동’인 것이다.

특히 이곳 골목길은 80년대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중심이 바로 고기 골목이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1990년대 초 갈매기살 구이 전문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골목은 그야말로 세대가 화합하는 맛집들이 수두룩하다. 초입에 바로 보이는 ‘광주집’을 시작으로 총 10여개의 점포가 마치 삼각주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고기 골목을 찾아가는 방법은 쉽다. 지하철 3호선 6번 출구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광주, 고창, 진주 등 전국 각지의 지명이 다 들어간 고깃집은 테이블과 의자를 가게 앞 골목에 내놓아 사람들을 유혹한다. 오후 다섯 시가 갓 넘은 이른 시각인데도 골목 사이로 비켜 들어온 저녁 햇살을 맞으며 연기를 피우고 갈매기살과 곱창을 굽는 손님이 적지 않다. 폭이 2미터가 채 되지 않은 좁은 길의 앞뒤좌우 고깃집에서 동시에 전해지는 떠들썩한 열기에 길 가는 사람의 걸음마저 느려진다. 이곳은 양념하지 않은 갈매기살이 주메뉴이며 신선한 삼겹살·항정살도 많이 찾는다. 주인들이 직접 담가 아삭하게 익은 갓김치는 단골을 부르는 효자 밑반찬이다.

이 고깃집들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연탄불에 구워지는 고기의 모양이며, 냄새도 그렇거니와 넥타이를 반쯤 풀어헤치고 왁자지껄 질펀하게 앉은 직장인들의 표정에서는 야릇한 해방감마저 느껴진다.

익선동 고기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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