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엎어져도 수수료 내라"는 당국에…증권사 한숨 왜[현장에서]

금융당국, IPO 실패해도 수수료 부과 카드 만지작
증권가선 오히려 당혹…"괜히 관계 껄끄러워질라"
예비 상장사 책임만으론 부족…"주관사 책임도 중요"
  • 등록 2024-04-01 오전 5:00:00

    수정 2024-04-01 오전 5:08:24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괜히 금융당국이 주관사랑 상장사 사이만 껄끄럽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금감원이 ‘제2의 파두(440110)’ 사태를 막는다며 무리한 상장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단계별 수수료 부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업공개(IPO)가 엎어지더라도 예비 상장사로 하여금 주관사에 수수료를 주도록 하는 계약서를 제시하도록 하는 안을 논의하면서다.

정작 증권사 반응은 떨떠름하다. 수수료 몇 푼 벌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를 수 있다는 우려다. 상장 이후에도 상장사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며 사업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예비 상장사를 향한 감독당국의 책임 강화 주문이 달갑지 않은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서 초단타 거래에 대한 점검 입장을 밝혔다. (사진=방인권 기자)


금융당국이 단계별 수수료를 검토하는 건 현재로선 상장에 성공시켜야만 주관사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실기업을 무리하게 증시에 입성시키는 부작용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 증권사 IPO본부장은 “조 단위 기업을 상장시키더라도 증권사에 떨어지는 수수료는 많아야 4~50억원 수준”이라며 “증권사 수입원으로서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업계에선 증권사와 발행사 간 관계는 상장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도 사람처럼 생애주기가 있는 만큼,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한 뒤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및 인수합병(M&A) 등 전 부문에 걸쳐 증권사와 거래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증권사 주식발행시장(ECM) 실무자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상장 이전 단계의 알짜 기업들을 대상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 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증권사 ECM 관계자는 “상장에 실패하더라도 주관사가 수수료를 받아 가게 한다면 오히려 상장 재도전 때 해당 주관사가 입찰제안요청서(RFP)조차 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예비 상장사가 작정하고 실적을 속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감독당국 지적은 타당하다. 작년 메타버스 오피스 기업 틸론이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할 때 금감원이 세 차례 퇴짜를 놓자 “상장 활성화에 역행한다”고 난색을 표하던 한국거래소도, 거래소 손을 들어줬던 금융위원회도 최근 파두 사태를 거치며 신중해진 분위기다.

다만 예비 상장사에만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들과 장기적 관계를 쌓고자 하는 주관사에도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상장법인도 스스로 상장할 자격이 있는지 내부통제를 갖춰야 하는 동시에 상장사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자주 접촉하는 주관사도 상장 이후까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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