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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누구는 ‘꿈의 구장’이라고도 했다. 다이아몬드같이 생긴 넓은 풀밭에 마름모꼴로 흰 줄을 그어놓고, 하얀 공을 던지고 치고 받고 뛰는 경기장. 맞다. 지금 그 ‘야구장’을 보고 있다. 그런데 기대하던 장면은 없다. 선수도 심판도 관중도, 또 공도 배트도 없는 허전한 전경. 대신 붓을 치댄 자국이 보인다. 굳이 정갈하게 다듬거나 꾸미지 않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슬슬 쓸고 다닌 듯한 터치.
눈에 든 광경보다 마음에 든 이미지를 보는 거다. 마치 거대한 세상을 펼쳐놓고 작가에게선 의미를 잃은 한 토막, 한 토막을 걷어내는 식이랄까. ‘스타디움’(2019)의 적막함이 이제 이해가 되지 않는가. 어떤 이의 사연도 아니고, 질감도 색도 아니고, 그저 작가가 세상을 걸러내는 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