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1000번을 굴려야 끝나는…"아무것도 아닌 그림"

△아트스페이스3서 개인전 연 원로작가 최상철
물감묻힌 조약돌 캔버스에 굴려
우연에 기댄 '그리지 않는 그림'
절대고독 끌어안은 외로운 작업
70평생 화업 정점에 세운 '무물'
  • 등록 2021-11-15 오전 3:30:01

    수정 2021-11-15 오전 3:30:01

최상철 ‘무물 21-8’(2021), 캔버스에 아크릴, 130.3×193.9㎝(사진=아트스페이스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조약돌에 물감을 묻혀 1000번을 굴린다. 이게 보통 일인가. 그런데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무물’(無物)이란다. 작가 최상철(71)이 50여년을 매달린 추상작업은 이렇게 정점을 찍었다.

한눈에도 외로운 작업이란 게 보인다. 그 1000번을 누가 대신 세어주겠나. 작가의 절대고독을 끌어안은 ‘무물’ 역시 땅으로 꺼질 듯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작업은 꽤 흥미롭다. 크게 두 가지. 눈금이 표시된 고무패킹을 던져 돌이 구를 위치·방향을 잡는 게 하나, 다 먹은 아이스크림 작대기에 좌우를 쓰고 던져 돌이 캔버스 왼쪽에서 구를지, 오른쪽에서 구를지 결정하는 게 또 하나.

‘무물 21-8’(2021)은 뒤엣방식을 따라 흘러간 돌의 흔적이다. 뭘로 가든 끝나는 건 똑같다. 1000번째 조약돌에 잉크가 다 할 때, 의도한 우연이 제멋대로 필연으로 가기 직전에.

왜 굳이 ‘그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던 건가. “태초의 그림이란 게 나뭇가지로 바닥에 그었던 무심한 선이 아니겠느냐”고 한다. 그 흔적을 좇아 학습된 조형성부터 버리자고 했단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서울특별시장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시작했던 화업의 정점에 세운 ‘무물’이 말이다.

서울 종로구 효자로7길 아트스페이스3서 여는 ‘최상철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27일까지.

최상철 ‘무물 21-5’(2021), 캔버스에 아크릴, 130.3×162.2㎝(사진=아트스페이스3)
최상철 ‘무물 20-12’(2020), 캔버스에 아크릴, 162.2×130.3㎝(사진=아트스페이스3)
최상철 ‘무물 20-9’(2020), 캔버스에 아크릴, 455.0×379.0㎝(사진=아트스페이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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