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찢기고 말리고 심겨도 '책'이다…정두화 '사운드'

2015년 작
낱낱이 해체해낸 책이 울리는 소리
의미 쌓고, 상징 새기고, 세월 묻어
글 없이 축조해낸 시간의 조형물로
  • 등록 2021-09-30 오전 3:30:00

    수정 2021-09-30 오전 3:30:00

정두화 ‘사운드’(사진=비트리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갈대를 꺾어서 세웠나. 둥글게 말아 세운 대롱이 정사각형 나무판을 빽빽하게 채웠다. 바람이라도 스치면 당장 소리라도 낼 듯한데. 그런 효과를 상상할 만한 ‘장치’는 더 있다. 중앙에 움푹 파인 ‘우물’ 말이다. 성능 좋은 스피커가 음향을 내뿜을 때 보이는 ‘바운스’처럼도 보이는 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 대롱은 ‘책’이다. 작가 정두화(53)가 책을 해체해 만든 책. ‘해체’하는 책은 우리가 아는 그 책이 맞지만, ‘만든’ 책은 우리가 모르던 책이다. 의미를 쌓고, 상징을 새기고, 세월을 묻어둬서다. 나무에서 시작해 종이로, 그 종이에 글로 새긴 시간과 스토리를 달리 꺼내놓는 건데.

방식은 이렇단다. 책을 낱낱이 찢고 붙이고 말고, 조각으로 절단한 뒤 하나하나 낱장에 풀칠해 탑처럼 쌓아 말린다. 그렇게 형체 잃은 책을 “모판에 모 심듯” 일일이 세운 다음에도 한 단계가 더 있다. 높고 낮게 사포로 표면을 갈아내는 작업.

이미 책으로선 모든 걸 잃었는데도 작가는 “내 작업은 책”이라 한다. 책에서 꺼낸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있지 않느냐고. 그러니 저 속에서 울려나오는 ‘사운드’(2015)에 귀기울여 보란다.

10월 30일까지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비트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사유의 숲’에서 볼 수 있다. 나무에 책. 125×125×36(h)㎝. 작가 소장. 비트리갤러리 제공.

정두화 ‘숲 바람’(Forest-wind·2015), 나무에 책, 94×62㎝(사진=비트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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