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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지난 29일 경기도 양주에서 발생한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 토사 붕괴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고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적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9일 해당 채석장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근로자 3명이 매몰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함에 따라 삼표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법 적용 과정에서 애매한 법조항으로 인한 여러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현장 관계자뿐만 아니라 사업주, 대표이사 등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산업체, 일반 사무직 등 업종에 관계없이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인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그는 “사업체가 준수해야 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 관련 시행령을 보면, ‘필요한 조치’·‘관리상 조치’ 등의 표현이 나온다”며 “고용노동부가 보는 관리 의무와 기업이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어떤 조치가 적절하고 필요한 것인지는 전혀 모르는, 예측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시행령에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경우 해당 의무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할 것’ 등의 규정이 있다. 예규나 고시 등으로 준칙을 명확히 하지 않은 셈이다.
노동자 개인의 실수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등 법 적용 여부가 막연한 문제도 있다. 동인 중대재해팀 이범상(61·17기) 변호사는 “100가지가 넘는 안전·보건 조치 의무 중 한두 가지를 사업체가 지키지 않았고, 이 때문에 사망 사고가 발생했는지 불분명하다고 했을 경우 경영주까지 처벌하는 게 옳은지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도 “사고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 책임자에 어떻게 적용될지 현재로서는 막연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위헌 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왔다. 동인 중대재해팀 서재덕(56·군법무관 9회) 변호사는 “기소까지 이어져 재판을 받는 사람 중 일부는 헌법재판소에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로서는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 등으로 위헌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법률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결국 입법적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모든 안전·보건 의무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만 부과하는 구조가 아니라, 공사의 발주 단계에서부터 안전·보건 비용이 새롭게 측정돼 적극적으로 공사비에 반영하는 구조가 입법적인 토대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안전 비용에 대한 규정이 현재도 있지만, 실상은 입찰을 하게 되면 80%가 깎이고 하도급까지 내려가면 75%까지 떨어진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은 사실상 안전·보건 의무를 온전히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적어도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나 정부 운영 시설은 안전 비용을 발주 금액에서부터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국가·지자체에서 이 같은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원청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