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연령차별로 볼 수 없는 합리적 이유의 조건으로 든 네 가지는 △도입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대상조치의 적정성(근로시간 감소 등)△감액된 재원의 합당한 사용 여부 등이다. 정년을 연장하지 않고 경영 사정이 악화되지 않았는데도 일방적으로 임금을 깎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정년을 늘리면서 임금을 삭감하거나 업무량을 줄일 땐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년을 연장하면 생애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줄이는 게 차별이 될 수 없다는 법원과 정부의 그동안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임금피크제는 2015년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된 데 이어 일반 기업의 도입 사례도 늘어 300인 이상 사업체 중 절반이 넘는 54.1% (2019년)가 운영 중이다. 무력화되거나 잘못 운영되면 산업 현장에 언제든 새로운 갈등과 혼란이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추가 정년 연장 논의 및 청년 일자리 대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사와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유권해석을 내려 이번 판결이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