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손실' 한은 노조기금 20억…조합원 품 돌아가나[BOK잡담]

매래에셋 2800억대 홍콩빌딩 투자 90% 상각
20억 투자한 한국은행 노조…수익자 총회 '빈손'
"불완전판매" 투자자들 연대해 금감원 민원 제기
추후 소송 검토…법조계 "위험고지 없었다면 불완전판매"
  • 등록 2023-09-18 오전 5:00:00

    수정 2023-09-18 오전 7:42:05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투쟁기금 20억원 되찾기에 나섰다. 전임 집행부가 투자한 홍콩 부동산 펀드의 90% 손실이 확정된 가운데, 펀드 판매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이 손실 보전에 응하지 않자 판매 행위에 불법이 있었다며 금융감독원을 찾은 것이다.

사진=이데일리DB
한은 노조, 투자자 연대해 금감원 민원 접수

17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한은 노조는 지난 13일 오전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펀드 판매 행위가 ‘불완전판매’였다는 취지다.

이 펀드는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과 관련돼 있다. GFGC 빌딩은 2019년 선·중순위 등 여러 트랜치로 이뤄진 대출펀드로 만들어졌다. 선순위 대출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가 참여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중순위(메자닌) 대출에 2억43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체 투자금 300억원을 제외한 2500억원을 셀다운(재매각)해 대출금을 마련했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투자(PI) 자금을 넣었고,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 등 운용사들이 펀드를 조성해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자금도 들어갔다. 미래에셋 측이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대출펀드의 만기는 10개월로, 기대수익률은 연 5% 정도였다.

문제는 홍콩 내 정치 갈등 격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실률 증가, 글로벌 고강도 긴축 등으로 GFGC 빌딩 가치가 급락하면서 발생했다. 건물 소유주였던 홍콩 재벌 ‘판수통’은 파산 절차를 밟았고, 선순위 투자자였던 GIC와 도이체방크 등은 빌딩을 매각해 원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중순위 대출을 해준 미래에셋증권은 원금 회수에 실패한 것. 결국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지난 7월 해당 펀드에 대해 90% 상각을 결정했다.

한은 노조 전임 집행부는 2019년 이 펀드에 특별회계 기금 20억원을 투자했다. 노조 전체 구성원 동의가 아닌, 상근 간부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중앙집행위원회 차원에서 투자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의 상각 결정으로 한은 노조도 90%(18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한은 노조는 반기마다 결산을 하기에 아직 회계 손실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연말께 손실 처리될 예정이다.

한은 노조는 미래에셋 측을 상대로 수익자 총회를 요구했다. 손실보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수익자 총회에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나오지 않았고, 멀티에셋자산운용 측이 나와 보증을 섰던 주체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 등 경과를 보고하는 수준에서 총회가 끝났다. 이에 한은 노조와 개인 투자자들이 연대 서명해 금감원 민원 제기에 이른 것이다.

“손실 가능성 등 위험 고지 없었다”

한은 노조 측은 상품 자체가 제대로 된 상품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미래에셋증권이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불완전판매’였다는 주장이다. 한은 노조 관계자는 “수익 5% 이상을 무조건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절대 손실이 날 위험이 없다는 식으로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 당시 미래에셋증권이 해당 펀드에 300억원 이상 투자했다고 하면서 확신을 주고, 한국은행이라는 고객 지위를 들면서 상품이 잘못되더라도 다 물어줄 것처럼 설명했다”며 “명백한 투자자 기망 행위에 의한 상품 구성 내지 판매 행위”라고 힘줘 말했다.

한은 노조는 우선 금감원 판단을 보고, 법적 분쟁까지 나설 것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는 한은 노조 측 주장대로라면 불완전판매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자본시장법상 불완전판매가 성립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 구조나 위험성이 제대로 설명됐는지 여부다. 금융 상품을 판매하면서 수익률만 강조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은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출신 박광배(사법연수원 29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금융상품 판매자로부터 받은 설명이 실질적으로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며 “판매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위험 고지가 제대로 안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 관련 소송 전문가인 김도형(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예금 상품이 아닌 투자 상품에서 원금 보전을 사실상 약속했다면 그 자체로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런 부분이 확실하게 증거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 판매 당시 녹취 등 구체적인 자료가 없더라도 입증이 가능하단 의견도 나왔다. 박광배 변호사는 “녹취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객관적인 설명 자료와 다르게 얘기했다는 다수의 일관된 진술이 있다면 불완전판매가 성립할 수 있다”며 “설명 자료에 있는 것을 얘기했지만, 그 안의 의미를 달리 얘기한 경우도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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