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조폭' 윤제문

드라마 '종합병원2'에서 의료 전문 변호사 변신

"조폭 연기? 변호사 연기? 내 스타일로 밀어붙일 뿐!"
  • 등록 2008-12-19 오전 8:55:51

    수정 2008-12-19 오전 8:55:51

[조선일보 제공] 첫인상은 무섭지만 알고 보면 불쌍한 조폭. 영화 속 배우 윤제문(38)의 캐릭터는 대체로 이랬다. 영화 '비열한 거리', '열혈남아', '우아한 세계'에서 그는 칼을 맞거나 흠씬 두들겨 맞고 차 트렁크에 갇혀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며 생을 마감했다. 야비하고 험상궂은 '무뢰한'으로 잠깐 득세하다 처참한 말로를 맞이하는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그가 요즘 말쑥한 차림의 변호사로 변신했다. 배우 생활 첫 드라마 출연인 MBC TV '종합병원2'를 통해서다. 그는 병원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변호사 권대수 역할로 나온다. 의료 전문 변호사를 꿈꾸는 레지던트 정하윤(김정은)이 환자 입장을 앞세우니 당연히 둘은 사사건건 대립한다. 기득권 세력의 엘리트. 전작(前作)과 비교하면 극적인 신분 상승이다.

"조폭이나 변호사나 연기하는 데 큰 차이는 없어요. 변호사 말투? 그런 게 뭐 있나요. 그냥 윤제문이라는 배우 속으로 극중 인물이 걸어 들어오도록 할 뿐이죠. 어렵다고요? 그러니까 제 스타일로 밀어붙인다는 겁니다."

15일 오후 대학로 한 다방에서 그를 만났다. "또 약속 있어요? 없으면 조금 있다 막걸리나 한 잔 하지…." 말과 행동을 부풀리거나 꾸미는 데 별로 재능이 없는 배우의 첫인사가 이랬다.

"영화는 한 컷 찍고 바로 모니터로 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TV 드라마는 순식간에 찍고 그걸로 끝이라 처음에 당황했다"는 그는 배우 김정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주로 김정은씨와 함께 찍는 장면이 많은데 옆에서 일일이 카메라가 어떤 각도로 들어오는지 가르쳐줘요. 상대 배우를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죠."

윤제문은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조연 중 한 명이다. 최근에도 '차우', '공중 곡예사' 등의 촬영을 마쳤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도 형사로 출연한다. 인간적 허점이 묻어나는 '나쁜 남자' 역할은 그만의 전유물이다. 2004년 '남극일기' 이후로는 매년 2편 이상씩 꾸준히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제 인상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자꾸 센 캐릭터를 맡게 된다"며 "'우아한 세계' 이후로는 조폭 배역을 맡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뭐 제가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아니죠. 요새 영화판도 너무 힘들어서. 휴~, 들어오는 대로 해야죠."

상암동 36㎡(11평) 임대 아파트에 살다가 고양시에 집을 마련해 이사 간 것이 작년 5월이다. 스물다섯에 연극 시작하고 2년 후 결혼한 뒤, 10여 년간 갖은 고생 하며 살아왔다.

"90년대 후반에는 뭐 연극 3개월 해봐야 50만원쯤 받았으니까 생활이 안됐죠. 낮에는 연극하고 밤에는 방범, 동네 청소 또는 자동차세 안 낸 사람 차에서 번호판 떼는 일 등을 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그는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에 의욕을 보였던 청년이었다. 선린상고를 나온 그는 졸업을 앞두고 기타, 격투기에 빠졌다가 대금의 음색에 매료돼 명인 이생강 선생 문하에 들어가 1년간 가르침을 받았다. 연극은 방위 시절, 친구와 함께 문성근·강신일 주연의 '칠수와 만수'를 본 뒤 받은 충격 때문에 시작했다. "내키지 않는 일은 원래 못하는 성격이고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늘 내켰던 일은 연기였어요.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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