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화령, "키스신 요청에 상대역 테이가 깜짝 놀랐죠"[인터뷰]

  • 등록 2009-05-04 오전 9:02:53

    수정 2009-05-12 오후 6:08:06


[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 SBS 주말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극본 최순식 연출 이종수)'에 출연중인 손화령은 여러모로 독특한 개성을 지녔다.

딸부잣집 네 자매의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간의 사랑과 갈등을 담은 이 작품에서 손화령은 밝고 발랄한 성격의 막내딸 봉선 역을 맡았다.

뛰어난 미모의 위의 세 언니들(지수원, 유호정, 한고은)에 비해 통통한 체격에 평범한 외모를 지닌 봉선은 종종 아버지(임현식)에게 '왜 나만 이렇게 낳았냐'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내면은 긍정과 낙천성으로 가득찬 인물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봉선이 짝사랑하는 가수 지망생 데니 홍 역의 테이와 점차 관계가 진전되면서 여성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죠. 매주 꼼꼼히 모니터하면서 살피는데 사실 제 연기는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에요"

테이와의 로맨스에 대해서는 "감독님께 '혹시 테이 씨와 키스신은 없어요?'라고 농담처럼 물었더니 옆에 있던 테이 씨가 기겁을 하시더라구요"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래도 어렵사리 따낸 봉선이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기 위한 노력은 밤낮으로 아끼지 않는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항상 자신감있게 살았던 여자애가 사랑을 알면서 점차 변해가는 모습은 어떨지 밤잠 설쳐가면서 고민중이에요. 홀로 방황하고 속앓이하던 봉선이가 '그 사람이 가장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게 사랑이다'는 셋째 언니 말에 감화받고 데니 홍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는 부분은 드라마지만 왠지 뿌듯해지는 지점이 있어요"

연기 얘기가 나오면 자못 진지해지는 그녀는 이미 잘 알려진대로 영화배우이자 감독이었던 故(고) 손창호 씨의 딸이기도 하다. 조심스럽게 아버지의 얘기를 묻자 "살아계셨으면 이것 저것 참 많이 여쭤봤을 텐데…아쉽죠"라며 말끝을 흐린다.

어렸을 적 그녀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안방에 앉아 대본을 외우거나 촬영장에서 연기하던 모습으로 각인돼 있다. 고등학교 시절, 불현듯 연기로 진로를 택한 것도 우연이 아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통해 보고 느낀 연기에 대한 매력이 크게 작용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보기 시작해서 KBS 어린이 드라마 '울라불라 블루짱'으로 데뷔했어요. 떨어진 오디션은 셀 수도 없이 많죠. 근데 재밌는 건 전 항상 자신감 만큼은 굉장했어요. 떨어지면 '내가 못했나. 왜 자꾸 떨어지지'하고 자책하는 게 아니라 '나랑 이미지가 안 맞나보다'하고 금방 돌아섰거든요.(웃음) 그래서 힘든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었던 것도 같아요"

간신히 오디션을 통과해 출연한 몇몇 작품에는 촬영 후 편집당하는 쓴맛을 보기도 했지만 스스로 '서른까지만 도전해보자'라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을그냥 흘려보내지는 않았다.

식당, 편의점, 백화점, 학습지 선생님, 미용실 스태프, 헬스 클럽 강사까지 안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섭렵했다. 덕분에 요가 지도자 자격증과 미용사 자격증까지 보유하게 됐다.



"아르바이트는 일단 생계를 위해 시작한 것이지만 제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다양한 세상을 알려준 기회였어요. 예를 들어 미용실에서 일할 때는 술집 아가씨들부터 주부들까지 온갖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거든요. 그때의 경험들이 연기의 큰 자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손화령이 전하는 '아르바이트 예찬론'이다.

만 스물 일곱. 적지 않은 나이에 드라마 주역을 꿰찬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부담감과 조급함이 앞서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꿈꾸는 연기는 언제나 '자연스러움'이다.

"소소한 재미를 공감가도록 표현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아직은 신인이라 어색함이 많지만 한 작품씩 끝내면서 '가능성 있다'는 얘기를 듣는 게 일단은 목표구요.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에 와 닿는 진정성이 필요하겠죠"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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