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 약속 끌어낸 삼성 준법위…지배구조 개편 주요축으로 부상

궁극적으로 새 지원조직과 대등한 위상 가질 듯
"외부 소통없이 고립된 결정 리스크 커" 분석 반영
준법위, 오너리스크 유형화 완료…개선책 마련중
  • 등록 2021-09-07 오전 3:00:01

    수정 2021-09-07 오전 6:27:28

[이데일리 김상윤 이준기 기자] 삼성의 외부 독립 감시기관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주요 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의 새 지원조직 및 계열사에 컴플라이언스(준법·compliance)팀이 마련되더라도 독립된 외부 조직이 사법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나의 촘촘한 그물보다는 여러 개 그물을 동시에 던져놓고 준법감시의 틀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이사회 중심의 기업지배구조와 다른 길로, 삼성만의 새로운 지배구조 방식을 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부 컨트롤타워와 대등한 위치서 견제


내부 준법 시스템을 의미하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은 애초 금융분야에서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선 공정거래·부패방지·환경 문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그간 기업의 이익추구를 위한 조직·기능은 매우 고도화됐지만 준법·윤리를 위한 조직·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법적 리스크가 커지자 기업들은 차츰 CP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일선 부서에서 사업을 진행하다가 공정거래 등 위법 논란이 생기면 CP팀이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이젠 해외 기업 못지않은 상당 수준의 CP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CP팀이 총수의 이해관계가 연결된 사안에 관해 제대로 견제구를 던질 수 있느냐다. 계열사마다 CP팀이 있지만 ‘오너 리스크’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 컴플라이언스 조직에 있는 한 인사는 “계열사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사업의 경우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맞지만 총수 일가 이해관계에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위법이 되지 않도록 사업구조를 오히려 바꾸는 경우가 있다”며 “계열사 CP팀의 한계”라고 언급했다.

삼성은 이런 문제를 인식해 새 컨트롤타워를 만든 뒤 여기에 별도의 CP팀을 꾸려 사전에 위법리스크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내부 통제기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준법위를 이 컨트롤타워와 대등한 수준에서 위상을 격상해 ‘오너리스크’와 ‘계열사 거래 관행’에 사전적으로 경보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준법위는 이미 지난달 17일 회의를 열고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 및 이에 대한 평가지표, 점검 항목 설정’에 관한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논의하고 승인했다. 이 보고서에는 그간 우리 사회에서 불거진 여러 ‘오너리스크’ 유형이 분석돼 있다. 준법위는 여러 유형의 오너리스크를 사전에 발견하고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삼성 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부에서 공정경제 관련 깊숙이 관여한 한 인사는 “삼성 같은 큰 조직은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외부와 소통 없이 고립된 채 자의적인 결정을 하면서 사법체계를 무너뜨린 게 문제였다”며 “미국 등 글로벌 기업은 이사회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이지만 우리나라의 총수 경영 방식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삼성의 내부 지원조직을 두고 준법위와 같은 외부 조직이 대등한 위치에서 견제 역할을 하는 방식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2월 5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에서 김지형 위원장이 웃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쪽에서 비판 받던 준법위..후퇴하지 않은 개혁 이끌어

이처럼 준법위가 힘을 받고 있는 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뜻이 반영됐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 고(故) 고계현 준법위 위원의 빈소를 직접 찾을 정도로 준법위의 역할을 존중하고, 더욱 지속적인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19년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실효적 준법감시 제도 등을 마련하면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만들어진 준법위는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견제구를 던지는 역할을 해왔다. 이를테면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를 할 경우 준법위의 검토, 승인을 거친 뒤에야 계열사 이사회가 최종 승인을 했다.

물론 그간 논란은 거셌다. 시민단체는 준법위가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에서 형을 낮추는 데 이용될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재계에선 준법위가 ‘옥상옥’ 구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데도 경영에 관여하는 별도의 조직이 있는 게 자본시장 구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준법위는 태생부터 양쪽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시작했다.

이런 양쪽의 비판은 아이러니하게도 준법위가 한쪽의 시각에 치우치기보다 현실에 맞게 균형을 잡고 점진적으로 삼성의 변화를 끌어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더 이상 경영권 승계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무노조 경영과 관련해서도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평가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노동 3권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삼성에서 가장 논란이 컸던 승계, 노조문제와 관련해 준법위가 후퇴할 수 없는 개혁을 이끌어 냈다”며 “지배구조 개편의 큰 축으로서 지속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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