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사태 반복 않으려면…삼성·현대차 美 로비 더 강화해야"

[만났습니다]개리 허프바우어 전 미 재무부 차관보②
"美 투자 늘리는 韓 기업들, 노사 갈등 피해야"
"기업유치 위한 각국 지원 늘 것…韓 동참해야"
  • 등록 2022-12-29 오전 5:00:00

    수정 2022-12-29 오전 5:00:0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중국에 대항해 (미래 공급망의 핵심인) 반도체 직접 생산에 다시 뛰어든 것은 국가 안보 때문입니다. 미국과 중국간 패권 전쟁은 적어도 10년 이상 지속할 겁니다.”

개리 허프바우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전 미국 재무부 차관보)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산업 지형, 세금 경쟁, 인플레이션 전망을 모두 ‘지정학적 리스크’로 설명했다. 미중 패권 전쟁이 그 중심에 있다.

이는 한국 경제에도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등 굴지의 한국 기업들은 미국을 새로운 생산 기지로 삼는 결단을 단행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메이드 인 아메리카’ 드라이브를 걸자, 인건비와 건설비가 중국 등에 비해 비싸지만 미국을 택한 것이다.

허프바우어 연구원은 미국에서 잇따라 제조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을 두고 “워싱턴DC에서 로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차별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제대로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회사들은 이미 역대 최대 규모로 대관 업무를 확대하고 있는데,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개리 허프바우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전 미국 재무부 차관보)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특정 기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국가들은 각종 세금 공제와 기타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다”며 “결국 실제 법인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PIIE 제공)


“韓 기업들, 美서 노사 갈등 피해야”

-올해 미중 갈등이 정말 극심했다.

△그렇다. 반도체 같은 하이테크 분야에서 두 나라가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국가 안보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는 자율주행차부터 극초음속 무기 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부품이다. 미국이 전기차 등 다른 분야의 제조에 직접 나서는 것은 일자리를 더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미중 갈등은 그것이 옳든 그르든 10년 이상은 지속할 것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목적은.

△반도체는 미래의 국방 산업과 기술에 필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 현대화를 훼손하려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시도다. (미국 정부는 올해 10월 미국 기업이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미터 이하 로직칩 등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에 첨단 장비를 수출 판매할 때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이 중국 개별 기업이 아니라 기술과 장비 등을 직접 규제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베이징은 국가 전체적인 접근을 통해 첨단 반도체에 자원을 쏟아부을 것이다. 최고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반도체 쪽으로 유도하는 식이다. 반도체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미국, 한국, 대만, 일본, 유럽 반도체 회사들에 대한 상업 스파이 활동의 도움을 받아 기술을 획득하려 할 것이다.

-이번 제재가 중국에 큰 타격을 줄까.

△당장 중국 군대를 무력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랜드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군사 시스템은 미국 수출 통제가 미치지 않는 덜 정교한 반도체에 의존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등 민간 영역의 주요 제품 출시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피해도 있지 않나.

△그렇다. 많은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을 최대 시장으로 삼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공정설비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중국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33% 정도다.) 미국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오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통제 목소리는 커질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을 상대로 한) 냉전에 휘말릴 수밖에 것으로 본다.

-이런 복잡한 구도에서 한국은 미국 투자를 늘리는데.

△그렇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매우 똑똑한 기업이다. 이들에게 몇 가지 조언이 있다. 미국 현지에서 노사 갈등을 피하고, 노동자들이 있는 지역 사회와 관계를 잘 구축해야 한다. 또 워싱턴DC에 강력한 사무실을 설립해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그들의 문제에 대한 로비를 더 강화해야 한다. (미국 정치자금 추적기관인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와 삼성SDI(006400)의 대미 로비 자금은 457만5000달러(약 59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등록 로비스트 역시 53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 가능성은 있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 같은 나라를 상대로는 (전기차 보조금 차별 철폐 등) 조항이 개정될 수도 있겠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기업 유치 위한 각국 보조금 늘 것”

-각국이 첨단 기업 유치에 혈안이다.

△그렇다. 법인세 인하 경쟁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세계 각국이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고자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정했다. 그러나 이는 무의미하고 황당한 조치(bad joke)다. 특정 기업을 유치하려는 국가는 세금 공제와 기타 보조금 혜택을 줄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15%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할 것이다. 정책을 통해 법인세를 낮춰주려는 각국의 개입주의 흐름은 더 짙어질 것이다.

-한국도 법인세 논쟁이 한창이다.

△한국은 법인세율을 (EU의 최저 법인세율 수준인) 15% 정도로 낮추는 게 현명할(wise) 것이다. (다른 나라들처럼) 세금 인하 경쟁을 해야 한다.

-내년 미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 실업률은 최소한 5%는 넘을 것이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3% 중반대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이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 경기 침체는 상품과 서비스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인플레이션을 멈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지정학 리스크가 물가에 영향을 미칠까.

△그렇다. (미중 갈등이 커지는) 지정학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고 그 기간을 더 길게 할 것이다. (인건비와 건설비가 비싼 미국이 생산을 주도할 경우 상품 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오는 2024년이 돼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3~4%대로 높을 것으로 본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조언 부탁한다.

△(한국에서 노동·연금·교육 분야의 개혁 논의가) 국회에서 논의가 진전되는 것은 기쁜 일이다. (허프바우어 연구원은 2년 전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은 제조업 못지않게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비스업 일자리의 진입 장벽을 없애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일례로 의사 자격증을 받기 위한 의학 교육은 영국처럼 길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서비스업 가격의 투명한 공시를 요구하는 식으로 경쟁을 장려해야 한다.

허프바우어 전 차관보는…

△1939년생 △하버드대 문학 학사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 △조지타운대 법학 박사 △뉴멕시코대 경제학과 교수 △재무부 국제조세담당 국장 △재무부 국제무역투자정책담당 차관보 △조지타운대 국제금융학과 교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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