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사정 어려워 300억 건물 내놔도 대출안돼…직원 상여금은 사비로"

돈줄 마른 중소기업…명절 앞두고 한숨 커져
10곳 중 3곳 "자금 사정 곤란"…25% "마땅한 대책 없어"
사비·대출 통해 사업 이어가기도…"후대에 사업 못 물려줘"
  • 등록 2023-09-18 오전 5:30:00

    수정 2023-09-18 오전 5:30:00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5억원만 있어도 숨통이 좀 트일 텐데 돈줄이 말라서 사비로 메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투입한 사재만 20억원이 넘습니다. 직원들 추석 상여금도 사비를 털어야 합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300억원짜리 건물도 팔려고 내놨죠. 건물이 팔리면 재무상태를 개선하고 새로운 곳에서 재도약하고 싶은데 이것마저도 내 맘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여행용품 제조업을 하는 A사의 김모 대표는 가뜩이나 자금 사정이 어려운데 추석 연휴까지 더해지자 적금을 깨서라도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A사는 사업 확장을 위해 베트남에 공장을 짓고 본격적인 생산을 하려던 찰나 코로나19가 터졌다. 그동안 벌어뒀던 돈을 모두 투자하면서까지 버텼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에 새롭게 수출길을 트긴 했지만 거래량이 적다. 선적 후 45일이면 지급키로 했던 돈도 60일이 넘도록 못받다보니 자금사정이 크게 악화했다. 교통 요지에 300억원짜리 회사 건물이 있음에도 은행 대출을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20명 남짓한 직원들 월급을 챙겨주기 위해 지난달에만 적금을 두 개를 깼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주물공장 모습(사진=함지현 기자)
직원 월급 챙겨주기 위해 적금 깨…추석자금 평균 1280만원 부족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자금난을 토로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업 부진으로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중소기업들이 10곳 중 3곳에 이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석을 앞두고 8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지난해 추석에 비해 올 추석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는 응답이 26.9%로 나타났다. 원활하다는 응답(15.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자금난의 원인(복수 응답)으로는 판매·매출 부진(77.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인건비 상승(36.7%), 원·부자재가격 상승(33.0%), 대금회수 지연(11.6%) 등도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필요한 추석 자금은 평균 1억1560만원이지만 필요자금 대비 부족자금은 평균 1280만원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추석 자금 확보 방안(복수응답)으로는 ‘납품대금 조기회수’(44.4%)가 가장 많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응답도 25.9%나 됐다.

인력·자금·원자잿값 등 전방위 어려움에 경영난 지속

문제는 똑같은 어려움이 반복됨에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기가 난망하다는 점이다. 인력 문제, 자금 사정, 원자재 비용 상승 등의 직격탄을 받으면서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뿌리기업들의 목소리가 이같은 상황을 방증한다.

경기도에서 주물제조업을 하는 B사의 이모 대표는 “현재 20여명의 직원 중 대부분 나이가 많아 건강문제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잦다”며 “더 큰 문제는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의 특성상 숙련도를 키우기 위해 전임자에게 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연결고리가 끊어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서 사업이 어려워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구인난이 심화한다는 조언을 듣고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을 담보로 빚을 내 사업을 하다 도저히 금전 사정이 어려워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는데 우리 업종이 관리업종으로 지정돼 추가 대출이 안된다고 하더라”며 “정책자금도 있지만 예전에 비해 받기가 많이 까다로워져서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후대에 물려주진 못하고 우리 대까지만 하고 사업을 접어야 할 것 같다”며 “주변 공장들도 문을 닫고 오히려 물류창고로 임대하는 게 더 낫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채무조정과 경쟁력 강화, 사업전환 등을 결합해 효과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게 중소기업계의 경영난맥을 해결할 근본 해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명예교수는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추석 맞이 시장 활성화 등 할 방법들이 있지만 중소기업 대상으로는 마땅치 않다”며 “원청(대기업)업체가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하는 방법 정도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코로나 대출에 대한 채무 조정 방안이 필요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나 사업전환, 회생 등을 도와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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