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십걸' 뺨치는 韓드라마..' 작가님들이 이상해요!'

'왕가네 식구들'..急마무리+파격 내용전개 '눈살'
'별에서 온 그대'..외계인-지구인 소재 따로 내용 따로
'세번 결혼하는 여자'..시대 착오적인 내용전개 '비판'
  • 등록 2014-02-17 오전 8:10:19

    수정 2014-02-17 오전 8:59:08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누가 누구 집 아들인지. 누가 자매이고 남매인지. 누가 애인이고 친구인지. 누가 엄마고 이웃집 아줌마인지. 여기저기 얽힌 등장인물 간 관계에 머리가 아프면서 “세상 이렇게 오픈 마인드인 사람들이 어디있냐다”며 흥미롭게 봤던 드라마 ‘가십걸’. 미국에서 방송돼 전 세계적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몰이한 드라마다.

요즘 안방극장을 보면 ‘가십걸’을 두고 “미국이라 가능한 이야기”라며 웃던 때도 다 지난 것 같다. KBS2 주말 연속극 ‘왕가네 식구들’이나 SBS 주말 연속극 ‘세번 결혼하는 여자’, SBS 수목 미니시리즈 ‘별에서 온 그대’ 등을 보면 ‘가십걸’보다도 더 하다. 고전의 맛을 지키면서도 트렌드에 맞춰 공감력을 발휘했던 일명 ‘스타작가’들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해졌다. 좀 깨어있다는 요즘 젊은 세대가 봐도 현실적으로 동떨어진 이야기에 꽃힌 분위기다.

‘암세포도 생명이다’던 임성한 작가(MBC ‘오로라공주’)는 이해할까? 전처가 후처와 함께 사는 전 남편 집에 찾아와 같이 밥을 먹고, “팁으로 뽀뽀~”라고 농담을 던지는 모습을. 생일에 전 남편과 만나고 온 아내를 보며 “무슨 이야기했어?”라고 태연하게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뭐든 하는 외계인도 못하는 일을 지구인이 해결사로 나서게 된 개연성을, 모두 아무런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도 있지만, “작가님들이 이상해졌어요”라고 목소리를 내는 대중은 적지 않다.

‘왕가네식구들’ 마지막회.
◇急 마무리, 48회 동안 뭐했나

모든 드라마엔 기승전결이 있다. ‘왕가네 식구들’도 그랬다. 문제는 50회가 방송되는 동안 ‘결’에 해당하는 부분은 16일 방송된 마지막회 정도라는 것. 49회까지만 해도 해결이 어떻게 날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50회에 나타난다. 부부관계는 극적으로 회복되고, 집안을 풍비박산 낸 사기꾼도 극적으로 일망타진하게 된다. 웬수 같던 남편도 이젠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고, 과거는 모두 용서할 수 있는 해탈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왕가네 식구들’은 급한 마무리에 더해 30년 후를 상상한 에필로그까지 보여주면서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게 했다.

신선한 충격을 안기긴 했지만 전 부인과 현부인이 한 자리에, 시어머니와 사돈의 관계 정리도 복잡한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정리하는 ‘식탁 연출’은 손발을 오그라들게 했다. 모두가 사랑 찾고 인생 찾은 해피엔딩은 좋지만, 가족드라마를 표방한 ‘왕가네 식구들’은 역설적인 작품이었다. 소재를 다룸에 있어선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할 만큼의 자극적이고 급진적인 내용이 전개됐지만 가족드라마의 빤한 연출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속엔 비키니를 입고 겉엔 한복을 걸친 느낌은 찝찝한 뒷맛을 남겼다.

‘별에서 온 그대’ 캡쳐.
◇뒤죽박죽 개연성, 소재 무리였나

‘별에서 온 그대’는 전지현, 김수현이 보여준 의외의 케미스트리와 박해진, 신성록이라는 두 남자배우의 묵직한 존재감이 어우러져 매회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다. ‘별에서 온 그대’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어느 정도의 공감을 이끌어낼지 모르지만 분명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도민준의 캐릭터와 김수현이라는 배우 자체가 갖는 매력이 훌륭한 덕에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받아들이게 됐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전개가 그 신선한 소재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무리한 설정이 아니었냐는 지적을 피해가지 못하게 됐다.

‘별에서 온 그대’는 지금 전지현과 김수현의 러브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당장 중요한 문제는 극중 천송이와 도민준이 이뤄지느냐 아니냐의 여부. 지구에 남느냐 그의 별로 떠나느냐의 문제도 관심사다. 지구에 남기로 결정했지만, 그렇게 되면 ‘외계인’ 신분의 도민준은 죽게 되는 것인지, 인간으로 부활하는 것인지, 뱀파이어의 삶을 선택한 어떤 여인처럼 천송이도 외계인의 삶을 선택하게 되는 게 아닌지 온갖 추측이 난무한 상황이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의 주축은 천송이를 위해 뭐든 하는 도민준의 숨겨진 고군분투에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재경(신성록 분)과의 갈등 구도가 긴장감을 높이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될 휘경(박해진 분)의 ‘인간’으로서 선택이 주요한 입지로 자리잡아야 맞았다. 도민준과 천송이가 여행을 가느냐 마느냐, 키스를 하느냐 마느냐에 치중한 사이 휘경-재경-도민준의 강한 구도는 힘을 잃었다. 결국 내용전개에 섬세한 에피소드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명탐정 코난으로 거듭나 외계인의 초능력을 능가하는 휘경이 나타났다. 재경 캐릭터로 섭외됐으나 드라마 내부적인 문제로 휘경 역할을 안게 된 박해진 입장에서도 배우 혼자 연기로 살리기엔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별에서 온 그대’는 ‘역전의 여왕’이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의 작품이라 생각하기엔 힘든 엉성한 스토리라인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세번 결혼하는 여자’ 캡쳐.
◇시대착오적 내용, 시청자가 이상한가

‘세번 결혼하는 여자’를 보면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말을 하게 된다. ‘부모님 전상서’, ‘아름다운 인생’ 등 숱한 가족드라마로 방송가에 파급효과를 안겨 온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라 그렇다.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부부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혹시 내가 깨어있지 않아서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게된다. 그만큼 김수현이란 작가는 우리나라 TV문화를 주도한 영향력있는 인물이었다. 아직까지도 그 영향력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가치관을 점검해볼 만큼이나 ‘김수현 작품 이해하기’라는 과제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더 이상 긍정적이기만 한 것 같진 않다.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는 두 커플의 이상한 재혼이 그려지고 있다. 이지아-하석진 커플과 손창의-손여은 커플이다. 여기에 하석진-장희진 커플까지 합세해 더욱 이상한 가족 드라마를 보여줬다. 극중 준구(하석진 분)과 은수(이지아 분)는 처음부터 이상했다. 은수와 준구는 은수의 전 남편인 태원(송창의 분)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주고 받곤 했다. 깨어있는 집안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했는데 이 가족 역시 남편의 불륜에 발목이 잡혔다. 내연녀는 이제 자살시도까지 하는 파국을 보여주고 있다. “당신 집안 사람들 다 이상해요”라며 술주정을 부리는 아내와 “이젠 잘 지내보아요”라며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남편의 지지부진한 부부싸움은 흥미를 잃은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세번 결혼하는 여자’를 보며 김수현 작가의 실험 정신이라고 호평하기도 한다. 문영남 작가의 ‘왕가네 식구들’처럼 가족드라마 공식에 갇혀있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진정 ‘세번 결혼하는 여자’가 ‘자기 복제를 경계하라’는 노(老)작가의 깊은 뜻이 담긴 작품이었다면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내용으로 점철되진 않아야 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8회 연장까지 확정한 ‘세번 결혼하는 여자’가 어떤 유종의 미를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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