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北 '폼페이오 교체·군사옵션 압박'에도…美 무대응, 왜?

北 '협상력 극대화 전략'으로 간주한 듯
北·러 정상회담 앞두고…일단 '지켜보자'
비핵화 방정식 복잡…교착 장기화 전망
  • 등록 2019-04-19 오전 4:26:22

    수정 2019-04-19 오전 5:56:23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김영환 기자]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과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아래 왼쪽) 국무장관의 협상대표 교체요구’. 북한의 이 두 가지 대미(對美) 압박카드에도, 미국은 직접적인 대응을 삼가며 신중한 모습을 견지했다. 제2차 북·미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양측간 교착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의 압박이 향후 대화에서 ‘협상력 극대화 전략’으로 간주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직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는 판단인 셈이다. 가뜩이나 ‘혈맹’인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의 ‘밀착’이 가시화하는 상황이어서 일단은 ‘지켜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美, ‘일단 지켜보자’ 신중

AFP통신은 18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대변인을 인용해 국무부가 북한의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배제를 요구와 관련,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건설적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북한의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과정에서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를 바랄 뿐”이라며 사실상 ‘비토’를 놓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지난달 평양 기자회견에서 2차 핵 담판 결렬 이유를 “폼페이오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이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부 사이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규정, 폼페이오 장관의 이름을 거론한 바 있다.

실제로 2차 핵 담판 결렬 이후 폼페이오 장관을 두고 ‘매파로 다시 돌아왔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9일 상원 청문회에서 김정은(위 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을 ‘독재자’로 표현하는가 하면, 15일엔 ‘연말’ 시간표를 제시한 김 위원장을 향해 “좀 더 빨리 이뤄지는 걸 보고 싶다”고 ‘빅딜론’을 고수한 채 조속한 후속회담을 재촉,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곧이곧대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 일단 북한은 공식 성명·담화가 아닌 미국담당국장과의 입을 빌렸다. 일종의 ‘수위 조절’을 했다고 본 것이다. 미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거래’를 통한 돌파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 분석을 소개하며 “북한이 원하는 건 트럼프와의 직접 대화”라며 북한은 협상의 레버리지는 다시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썼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일종의 ‘판 흔들기’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위 왼쪽)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를 거부할 경우 ‘북·미 대화’는 상당 기간 요원해질 수 있고, 반대로 교체를 강행한다면 ‘나약한 지도자’ 이미지로 비칠 수 있는데, 북한이 이 틈을 파고들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난감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봤다.

사진=백악관 제공
◇北美교착 장기화할 듯

미국은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에 대해서도 ‘신중함’을 유지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추가로 언급할 건 없다”고 했다. 실제 북한이 ‘도발’을 염두에 뒀다기보단, 미국이 2차 핵 담판 당시 북한에 핵·미사일 이외에도 대량살상무기(WMD) 전체 폐기 등 압박 수위를 높이자,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향후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인 것으로 봤을 공산이 크다. 앞서 2차 핵 담판 결렬 직후인 지난 3월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감지됐을 당시 ‘신중한 반응’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북한의 잇따른 압박은 미국으로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자신의 최대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간 북한이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통한 경제적 보상을 노렸다면, 앞으로는 군사적 위협 해소를 전면에 내세워 ‘안보 대(對) 안보’ 구도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북한은 ‘혈맹’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한다. 이미 4월 말 북·러 정상회담은 확정됐다. 각종 외교정책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면 미국으로선 부담될 수밖에 없다. 북·미 대화의 미국 측 실무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모스크바로 급파한 것도 북·러 밀착을 경계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정지작업을 위해서로 볼 수 있다. 비핵화 둘러싼 외교방정식이 한층 더 복잡해질 공산이 커진 셈이다. 이번 교착이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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