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3D프린터로 만드는 배양육, 환경문제 대안될 것"

3D 바이오프린터로 배양육 개발하는 팡세 인터뷰
다짐육 아닌 고기 덩어리로 만들어 식감·맛 다 잡는다
이성준 "바이오·소재 기술 모두 갖춰, 글로벌 탑티어"
국내 최초 양산화 도전, 7월 펀딩 나서 시식회도 진행
  • 등록 2022-05-20 오전 3:30:00

    수정 2022-05-20 오전 6:17:50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감자 가격이 작년보다 배로 뛰면서 음식점마다 감자 반찬을 찾기 힘들어졌다. 인도의 밀 수출 중단 영향으로 라면과 빵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상고온이 식량 공급에 영향을 미친 데 따른 결과다. 세계 온실가스의 18%가 가축에서 발생하는 만큼, 고기 섭취는 이상고온 현상을 더 심화한다는 점에서 고기 가격도 곧 감자와 밀처럼 급등할 수 있다.

이처럼 식량 부족과 빈곤, 환경 오염 문제에 대비해 도축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고기를 생산해내는 기업이 있다. 국내 최초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생명공학과 접목해 배양육을 개발하는 팡세다. 이성준 팡세 대표는 “식량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보통의 방식을 벗어나 완전 새롭고 효율 뛰어난 생산 방식이 필요하다. 곡물 생산은 스마트팜이 맡는다면 동물성 단백질 생산에는 배양육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인류 생존을 위해서는 배양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성준 팡세 대표 인터뷰
◇프린터로 고기를 찍어낸다고?


팡세는 이성준 대표가 서울대 기계·바이오 융복합 기술을 전공한 연구원들과 2015년 설립했다. 이 대표는 학사 시절 동물자원과학과 기계공학을 복수 전공한 뒤 기계공학과 바이오 석·박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3D 프린터를 직접 만들어 쓰곤 했다. 이 모습에 주변 제안으로 3D 바이오프린터까지 제작하게 되면서 이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그는 “바이오 연구 제품은 사람 손으로 만들다 보니 상용화 못하고 논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3D 바이오프린팅은 기계로 만드니 더 정밀하고 자동 대량생산 가능해 양산에 적합하다고 봤다”며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자동화 장치를 만들자는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3D바이오프린터를 활용한 오가노이드였다. 오가노이드는 신약개발과 질병 치료 목적으로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 유사체로, 팡세는 경제적인 실험을 위해 균일한 모양의 암 질환 모델과 인공 뇌·간을 만들어냈다. 다만 연구 윤리로 개발 제한이 많았고 실험용이라 사업성이 높지 않기에, 누구나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는 배양육 사업으로 지난해 초 피보팅했다. 이 대표는 “배양육은 동물세포를 만들다 보니 배아줄기세포로 만드는 오가노이드보다 관리 및 개발 난이도가 낮은데, 우리는 이미 간과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보니 훨씬 유리하고 좋은 시장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실제 성과를 내는 속도는 매우 빠르다는 평가다. 보통의 배양육 개발은 석박사 연구원들이 손으로 세포를 하나하나 만들기 때문에 경제성이나 균일성이 떨어지는데 팡세는 3D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하기에 훨씬 높은 정밀도와 균일도를 유지하고, 양산성도 높다.

핵심 경쟁력은 근육의 결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기존 배양육은 작은 세포들을 다짐육처럼 뭉쳐낸다면, 팡세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형태의 덩어리 고기를 만든다. 동물 근육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배양육의 모양을 만들어주는 지지체(Scaffold)에 세포를 부착하고, 이를 배양액과 함께 배양기에 넣으면 증식과 분화(원하는 세포로 변화시키는 과정)를 거쳐 고기가 되는 원리다. 프린터로 세포를 겹겹이 쌓아 원하는 근육 결과 형태를 만들어내기에 맛과 식감, 향이 실제 고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식품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성준 대표는 “기존 배양육은 덩어리 고기를 만들 수가 없었고, 고기의 결을 컨트롤하는 것도 불가능했다”며 “우리는 3D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해 고기 형태와 근육의 결을 원하는 대로 정형화한 덩어리 고기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기술력과 시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하반기 프리 시리즈A 단계에서 30억원을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금은 총 38억원이다. 현재 인라이트벤처스와 산은캐피탈, 비에이파트너스, 이에스인베스터, 서울산업진흥원, 어센도벤처스, 롯데벤처스 등을 투자자로 두고 있다. 최근 롯데중앙연구소와 MOU 맺고 배양육 제품을 공동 개발 중이다.

팡세가 자체 개발해 특허를 보유 중인 3D 바이오프린터 비타릭스 더블유(Vitarix W)와 이를 이용해 만든 배양육 데모 프린팅 사진. 사진=팡세
국내 첫 양산화 도전, 생산단가↓ 주력

올해 목표는 양산화 기틀을 닦는 것. 팡세는 그간 3D 바이오프린터와 배양기 등을 직접 설계해 개발해왔다. 아직 인허가 체계가 없어 제품 시판은 불가능하지만, 배양육을 대량 양산해낼 수 있는 기술은 연내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7월 투자 라운드를 열고 배양육 시식회도 진행한다. 보다 시장 규모가 큰 글로벌 진출 계획도 있다. 그는 “바이오프린팅은 바이오와 소재와 장치 등 모든 기술을 융합해야 한다”며 “팡세는 이 기술들을 다 갖춘 상태로 연구개발력은 세계 탑티어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생산단가 인하도 주요 과제다. 배양육을 상용화하기 힘든 이유는 인체 무해 여부에 대한 안정성 판단 기준과 인허가 체계가 없기 때문이지만, 배양액 자체가 비싸 배양육 생산단가가 매우 높다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팡세는 똑같은 배양액을 쓰더라도 세포를 더 빠르게 자랄 수 있도록 최적화된 환경의 배양기를 개발해 생산단가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해 관련 기업들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에 목소리도 내고 있다.

그의 비즈니스 철학은 마케팅이 아닌 세일즈를 하는 것. 이성준 대표는 “마케팅에 집중하면 좋은 이미지는 만들어낼 수 있으나 제품이 판매되지 않아서 성장을 멈출 수 있는 만큼, 힘들어도 시장과 부딪치고 고객과 만나면서 누구나 만족할 제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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